남북 각급 채널 풀가동… 정상 ‘核담판’ 촘촘 지원

평양 시민들이 18일 문재인 대통령을 향해 꽃과 손을 흔들며 환영하고 있다. 평양사진공동취재단
 
문 대통령 일행이 순안공항에서 백화원 영빈관까지 이동하는 동안 사이드카 20여대가 호위했다. 여명거리의 최신식 고층 건물들이 눈에 띈다. 평양사진공동취재단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정상회담에는 남북의 외교·안보 라인이 총출동했다. 북한은 대남 및 대미 전략을 맡은 핵심 인사들을 평양 순안공항 때부터 등장시켰다. 양측 장관급 채널이 모두 가동된 만큼 이번 정상회담이 밀도 있게 진행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가장 주목되는 채널은 평양에서 처음 가동되는 남북의 외교 라인이다. 외교부 장관으로는 처음 평양을 방문한 강경화 장관은 카운터파트인 이용호 북한 외무상과 물밑 비핵화 협의를 벌일 가능성이 있다. 이번 정상회담은 종전선언과 핵 리스트 신고를 놓고 줄다리기를 하는 북·미 간 비핵화 협상을 진전시키는 중재 역할에 이목이 집중돼 있다. 따라서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 간 담판뿐 아니라 주무 장관 사이의 협상 여부도 관심을 끈다.

강 장관이 직접 이 외무상에게 미국의 의중이나 비핵화 로드맵을 설명하는 메신저 임무를 수행할 수도 있다. 강 장관은 남북 정상회담을 앞둔 지난 17일 오전과 밤늦게 두 차례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과 통화하며 비핵화 협상에 대한 의견을 나눴다. 윤영찬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18일 정상회담 관련 브리핑에서 “방북 수행원들은 각각 북측의 파트너들을 만나 대화의 시간을 가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공식적으로 장관급 양자 회담이 열리지 않더라도 만찬을 비롯한 환영 행사를 통해 의견 교환이 이뤄지거나 서로 신뢰를 쌓을 기회가 마련될 것으로 보인다.

서훈 국가정보원장과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 역시 양 정상의 비핵화 논의를 뒷받침하는 핵심 인사다. 서 원장과 김 부위원장은 올해 초부터 남북과 북·미 간 협상을 주도해 왔다. 특히 두 사람은 각각 폼페이오 장관과 긴밀한 협의 채널을 열어 왔기 때문에 이번에 직접 만나서 어떤 대화를 나눌 것인가에 관심이 쏠린다. 폼페이오 장관은 과거 “서 원장과 굉장히 잘 협력하고 있다”며 신뢰 관계를 드러낸 바 있다. 김 부위원장은 지난 7월 방북한 폼페이오 장관을 만나 비핵화 협상을 벌이는 등 대미 협상의 최전선에 있다.

이날 정상회담에 배석한 서 원장과 김 부위원장은 별도 면담을 갖지 않더라도 또다시 확대 정상회담 형식으로 머리를 맞댈 가능성이 높다. 지난 5월 비밀리에 성사됐던 판문점 2차 정상회담 때도 서 원장과 김 부위원장만 배석했다. 세 차례 정상회담에 모두 배석한 것이다. 확대 정상회담이 이뤄질 경우 남측은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서 원장, 강 장관, 북측은 김 부위원장과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 이 외무상 등도 함께 참석할 수 있다.

조명균 통일부 장관과 이선권 북한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위원장은 그동안 고위급 회담 등에서 수차례 의견 조율을 해온 만큼 남북 관계 개선 전반에 대한 논의를 이어갈 수 있다. 조 장관과 이 위원장은 지난 14일 개성공단 내 남북공동연락사무소 개소식에서도 만났다.

송영무 국방부 장관과 북측 국방장관 격인 노광철 인민무력상의 어깨도 무겁다. 송 장관과 노 인민무력상은 서해 북방한계선(NLL) 일대 평화수역 조성 방안에 대한 이견을 좁히는 역할을 맡을 것으로 보인다. 정부 관계자는 “평화수역 조성 문제는 남북 군 당국 간 협의가 막판까지 진행됐던 사안”이라고 전했다.

김경택 기자 ptyx@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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