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 땅이 여기서 얼마나 되나 푸른 하늘 끝닿은 저기가 거긴가 아카시아 흰 꽃이 바람에 날리니 고향에도 지금쯤 뻐꾹새 울겠네 // 고개 넘어 또 고개 아득한 고향 저녁마다 놀 지는 저기가 거긴가 날 저무는 논길로 휘파람 불면서 아이들도 지금쯤 소 몰고 오겠네.’
고향 땅을 벗어나 살아본 적 없던 내가 ‘고향땅’이란 이 동요를 부르고 다녔다니 새삼 멋쩍네요. 1956년에 나왔으니 6·25 통에 고향을 떠날 수밖에 없었던 이들, 먹고살려고 살던 곳을 떠난 이들이 부르며 향수를 달랬겠지요.
고향(故鄕). 태어나 자란 곳, 조상 대대로 살아온 곳입니다. 마음을 따뜻하게 해주는 두 글자. 古鄕이 아니고 故鄕인 까닭은 그저 오래된 곳만이 아니라 연고(緣故)가 있는, 어떤 관계에 의해 맺어진 곳이기 때문이겠습니다.
명절에 고향 가는 것을 귀성(歸省)이라 하지요. 부모님을 뵙고 살펴드리기 위해 나고 자란 곳으로 돌아가는 것입니다. 省은 작은(少, 소) 것까지 눈으로(目, 목) 살핀다는 뜻입니다. 조상 묘를 살피는 성묘(省墓), 잘못을 되짚어보는 반성(反省) 등에 들었습니다.
“추석 제수(祭需) 용품 사러 나온 주부들로 시장이 붐빈다.” 추석은 제사가 아니라 차례를 지내는 날이기 때문에 ‘차례(茶禮) 용품’이라고 해야 합니다.
사람들이 해 지면 집으로 가듯 줄을 서서 고향으로 갑니다. 주름진 어른들 얼굴에 모처럼 웃음꽃이 피겠네요. 하는 일이 있어서, 가는 길이 없어서 고향에 못 가는 이들은 마음으로라도 달 밝을 고향에 다녀오세요.
어문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