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묘장 찾은 최태원, 리용남 부총리에 “나무 많이 자란 거 같다”

남북정상회담 특별수행단에 포함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최태원 SK 회장이 18일 인민문화궁전에서 열린 리용남 북한 내각부총리 면담에 참석하며 인사를 나누고 있다.


그룹 총수들과 경제단체장 등 남측 경제인 17명의 첫 번째 방문 장소는 묘목을 기르는 양묘장이었다. 산림분야 협력은 대북 제재 대상이 아닌 데다 이번 남북 정상회담 합의문에도 산림 협력 내용이 있는 만큼 앞으로 남북 경제협력의 시발점이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등 경제인 17명은 19일 황해북도 송림시 석탄리에 있는 조선인민군 122호 양묘장을 방문했다. 2016년 5월 준공된 곳으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재건을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은 오랜 경제적 어려움으로 인해 산림 황폐화가 심각한 상황이다. 김 위원장은 2023년까지 나무 65억 그루를 심는 ‘산림조성 10개년 계획’을 추진 중이다. 나무와 식용 작물을 병행해서 심는 임농복합경영방식을 주요 정책으로 삼았다.

북한의 산림 문제는 대북 제재 상황에서도 유엔을 비롯해 국제사회에서도 지속적으로 관심을 갖고 있던 분야다.

북한이 남측 주요 경제인들의 첫 번째 일정을 양묘장 방문으로 택한 것은 열악한 산림 현황을 보여주고 협력을 이끌어내기 위한 포석으로 해석된다.

남측 경제인들도 북한 산림 상황에 대해 어느 정도 파악을 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2007년 이후 11년 만에 북한을 방문한 최태원 회장은 18일 리용남 북한 내각부총리 면담 자리에서 “건물도 높아졌지만 나무들도 많이 자란 거 같고 상당히 보기 좋았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SK그룹은 고 최종현 회장 시절부터 산림녹화에 큰 관심을 갖고 꾸준히 사업을 진행해 왔다는 점에서 북한 산림 사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가능성이 있다.

특히 산림 협력은 대북 제재의 영향을 받지 않는다는 점에서 우리 기업들이 인도적 차원에서 지원에 나설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산림분야 협력은 판문점 선언 이후 정부를 중심으로 진행되고 있다. 남북은 7월 산림분과 회담에서 양묘장 현대화를 포함한 산림조성 사업을 단계적으로 추진하기로 합의했다.

이날 정상회담 합의문에 현재 진행 중인 산림분야 협력의 실천적 성과를 위해 노력한다는 내용이 담긴 만큼 산림 협력은 정부 차원을 넘어 민간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

경제인들은 양묘장 방문에 이어 평양 시내 소학교 및 학령 전 어린이 교육을 담당하는 교육자 양성기관 ‘평양교원대학’을 방문했다. 저녁에는 평양 시민이 자주 찾는 식당인 ‘평양대동강수산물식당’을 찾았다.

김준엽 기자 snoop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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