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가수는 데뷔 50주년을 앞두고 있다. 히트곡도 한두 곡이 아니다. 시쳇말로 ‘추억 팔이’만 해도 명성을 유지하기엔 부족함이 없는 뮤지션인 셈이다.
그런데 어째서인지 그는 지금도 ‘현역’으로 활발하게 활동하면서 대단한 내공이 묻어나는 신곡을 꾸준히 발표하고 있다. 주인공은 올해로 48년째 무대에 서고 있는 양희은(66).
2014년 10월부터 그는 ‘뜻밖의 만남’이라는 타이틀로 후배들과 협업한 신곡을 비정기적으로 내놓고 있는데, 저마다 상당한 완성도를 뽐내는 곡들이어서 매번 관심을 끌고 있다.
최근 양희은은 국민일보와 통화에서 “프로젝트를 시작한 지 4년이 됐는데 정말 큰 보람을 느낀다”며 웃었다. 이어 “입소문이 나면서 이 프로젝트를 통해 발표한 곡들이 꾸준히 사랑받고 있는 것 같다”며 “기운이 닿는 데까지 이 작업을 이어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4년 전에 활동을 정리한다는 생각으로 시작한 프로젝트였어요. 어떤 일을 해야 성에 찰까 고민하다가 젊은 후배들과 음악으로 소통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평소 눈여겨보던 후배들에게 곡을 부탁하곤 했는데, ‘이런 분위기로 곡을 써 달라’는 요청을 한 적은 없어요. 후배들 재량에 맡겼죠. 그렇게 하나씩 신곡을 발표하다 보니 여기까지 오게 됐네요.”
그동안 이 프로젝트에 참여한 뮤지션의 면면은 화려했다. 뜻밖의 만남의 첫 곡이었던 ‘배낭여행’은 윤종신의 곡이었다. 이후엔 싱어송라이터 이적 김창기, 기타리스트 이상순, 듀오 악동뮤지션 등이 힘을 보탰다.
지난달에는 뜻밖의 만남의 아홉 번째 곡인 ‘늘 그대’를 발표했다. 이 곡은 성시경이 작곡한 노래로 진한 감성이 묻어나는 발라드 음악이었다.
특이한 건 프로젝트에 참여한 뮤지션들이 독특한 개성을 자랑하는 이들인데도 곡들이 저마다 비슷한 분위기를 풍긴다는 점이다. 아마도 그 이유는 양희은의 독보적인 음색 때문일 듯하다. 그의 청아한 목소리가 포개지면 그 어떤 노래도 ‘양희은의 음악’이 돼 버린다.
그렇다면 프로젝트에 참여한 뮤지션 중 양희은에게 가장 인상적이었던 후배는 누구였을까. 양희은은 지난해 3월 ‘나무’라는 곡을 함께 발표했던 악동뮤지션의 이찬혁을 첫손에 꼽았다. 악동뮤지션은 그동안 이 프로젝트에 힘을 보탠 가수 중 최연소 뮤지션이다.
“찬혁이가 편찮으신 할아버지의 모습을 나무에 빗댄 곡이었는데 정말 놀라웠어요. 찬혁이 나이(당시 21세)에 이런 곡을 쓴다는 게 쉽지 않은 일인데 굉장히 인상적이더군요.”
양희은은 다음 달 20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여는 콘서트를 시작으로 대구 광주 부산 등지에서 공연을 한다. 전국 투어의 제목은 ‘뜻밖의 선물’. 최근 JTBC 예능 프로그램 ‘히든싱어’에서 인상적인 모습을 보여줘서인지 서울 공연은 이미 매진된 상태다.
“공연할 때마다 팬들이 그러더군요. ‘왜 내가 좋아하는 그 노래는 안 불렀냐. 난 그 노래 듣고 싶어서 공연장을 찾았는데….’ 이번 콘서트에서는 그런 얘길 하는 분이 없도록 그동안 무대에서 자주 선보인 적 없는 노래들을 추려서 들려드릴 겁니다. 팬들에게 ‘뜻밖의 선물’이 됐으면 해요. 그렇다고 과거 발표한 곡들을 메들리로 엮어서 들려드리는 건 아니에요(웃음). 관객들이 과거처럼 섭섭해하시지 않도록 되도록 많은 노래를 선보이고 싶어요.”
박지훈 기자 lucidfal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