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는 평양공동선언 도출 직후 이례적으로 신속히 환영 입장을 발표했다. 미국 정계와 학계, 언론을 중심으로 북한의 비핵화 공약이 여전히 모호하다는 비판이 많은 점을 미뤄보면 의외라는 시각이 많다. 미국이 ‘핵 사찰’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찰단 참관’ 등 평양공동선언에 없던 표현을 쓰고 있어 비핵화 검증 절차와 관련해 남·북·미 간 숨은 합의가 존재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19일(현지시간) 발표한 성명에서 “미국은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미국 및 IAEA 사찰단 참관하에 영변 핵시설 완전 폐기 등 북·미 정상선언에 나타난 완전한 비핵화 공약을 재확인한 데 대해 환영한다”고 밝혔다. 폼페이오 장관은 “김 위원장이 미국 및 국제 사찰단 참관하에 동창리 미사일발사대 폐기 완료 결정을 내린 것 또한 환영한다”고 말했다.
폼페이오 장관 성명은 평양공동선언 내용을 인용하면서도 원문에 없는 사찰 및 검증 관련 부분을 추가했다. 남북 정상은 동창리 발사대를 ‘유관국 전문가들의 참관하에’ 폐기하겠다고만 했지만 폼페이오 장관은 ‘미국’을 추가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또 영변 핵시설 폐기에도 ‘미국 및 IAEA 사찰단 참관’이란 내용을 끼워 넣었다. 트럼프 대통령도 평양공동선언 도출 직후 트위터에 “김 위원장이 핵 사찰에 동의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이 때문에 북·미 또는 남·북·미가 남북 정상회담과 별개로 물밑 접촉을 진행해 평양정상선언 내용보다 더 진전된 합의를 이끌어낸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북한이 IAEA 사찰단 수용 의사는 물론 구체적인 검증 절차를 담은 비핵화 프로세스를 미국에 제안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기자들에게 “나는 김 위원장으로부터 엄청난 서한을 받았다”며 “여러분이 알듯이 그것은 3일 전에 배달됐다”고 말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이 언급한 친서가 백악관이 이미 공개한 김 위원장의 ‘2차 북·미 정상회담 요청’ 친서인지, 아니면 또 다른 친서가 전달됐는지 여부는 확실치 않다.
한편 중국은 평양공동선언을 확고히 지지한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왕이 중국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은 20일 “(선언은) 한반도 모든 사람들의 복이며 중국을 포함한 각국 사람들이 바라던 것”라면서 “중국 측은 열렬히 축하하며 견고히 지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성은 기자 jse13080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