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20일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예상대로 이시바 시게루(石破茂·61) 전 간사장에게 승리를 거뒀다. 총재 3연임으로 일본 최장수 총리를 예약한 아베 총리는 일성으로 “개헌에 박차를 가하겠다”고 밝혔다. 이른바 ‘전쟁이 가능한 나라’로의 개헌을 공식 천명함에 따라 앞으로 한국 등 주변국과의 갈등을 초래할 가능성도 높아질 전망이다.
아베 총리는 도쿄 자민당 본부에서 열린 총재 선거에서 810표(국회의원 405표, 당원 405표) 가운데 68.3%인 553표(의원 329표, 당원 224표)를 얻어 254표(의원 73표, 당원 181표)를 얻는 데 그친 이시바 전 간사장을 압도했다. 당내 최대 파벌인 호소다(細田)파 소속인 아베 총리는 7개 파벌 중 5개 파벌의 지지를 얻은 데 이어 당원표도 절반 이상 확보하며 일찌감치 승기를 잡았다.
그는 20일 기준으로 2006년 1차 집권 당시를 포함해 총 2461일째 총리직을 맡고 있다. 새로운 총리 임기는 오는 2021년 9월까지 3년이다. 따라서 내년 11월에는 가쓰라 다로 전 총리의 재임기록(2886일)을 넘어 역대 최장수 총리로 등극하게 된다.
그는 개표 이후 “당원과 의원 다수의 지지를 받아 다시 총재라는 중책을 맡게 됐다”면서 “여러분과 함께 헌법 개정에 매진해 나가겠다”고 피력했다. ‘전쟁 가능한 국가’로의 개헌과 군비 확충에 주력해 온 그는 당장 10월 임시국회에서 자위대 설치 근거를 추가하는 개헌안을 제출할 계획이다.
2차 세계대전 당시 A급 전범이었던 기시 노부스케(1896∼1987)의 외손자인 그는 93년 외무상을 지낸 아버지 아베 신타로의 선거구(야마구치 1구)를 물려받아 국회의원이 됐다. 2006년 52세로 최연소 총리가 됐지만 측근 추문으로 궁지에 몰리자 이듬해 건강 악화를 핑계로 사임했다. 그리고 5년여의 와신상담 끝에 2012년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이시바 전 간사장을 아슬아슬하게 물리치고 다시 총리가 됐다. 2015년에는 인기가 높던 아베 총리가 단독 출마해 무투표로 총재를 연임했다.
아베 총리는 두 번째 집권 이후 집단적 자위권법안(안보관련 법제)을 강행해 통과시키는 등 극우 정치가의 면모를 감추지 않았다. 교과서를 통한 영토교육을 강화하고 전후 반성을 부정하는 수정주의 역사관을 내세워 보수우익층을 결집시킨 것은 그의 장기 집권의 원동력이 됐다.
아베 총리는 줄곧 강경한 대북정책을 강조해 왔지만 실제로는 그만큼 북한 덕을 본 사람도 없다. 그는 2002년 관방장관 시절 고이즈미 준이치로 총리의 평양 방문에 동행해 일본인 납치사건을 부각시켜 스타 정치인으로 발돋움했다. 재집권 이후에도 사학스캔들 등 위기 때마다 대북 강경발언으로 지지율을 끌어올렸고 북한 핵·미사일 도발을 일본의 군비 확충에 이용했다. 올해 한반도 화해 무드 속에서 ‘재팬 패싱’ 비판을 받자 일본인 납북자 문제를 다시 들고 나와 분위기를 역전시켰다.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