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직 대통령으로는 11년 만에 평양을 방문해 ‘9월 평양공동선언’을 이끌어낸 문재인 대통령이 20일 귀환했다. 문 대통령은 평양선언에 대해 “북한이 미래의 핵을 포기한 것”이라며 북·미 대화 재개 여건이 조성됐다고 평가했다.
이와 함께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차 북·미 정상회담의 조속한 개최와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의 방북을 희망하고 있다고 전했다. 멈춰 섰던 북·미 비핵화 협상 시계가 긴밀한 한·미 동맹과 남북 공조 속에 재가동될지 주목된다.
문 대통령은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 프레스센터에서 발표한 방북 대국민 보고에서 “북한이 풍계리 핵실험장에 이어 동창리 미사일 시험장과 발사대를 폐기한다면 앞으로 추가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 활동을 완전히 할 수 없게 된다”며 “말하자면 미래 핵 능력을 폐기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북한이 평양선언에서 사용한 ‘영구적 폐기’ 용어는 결국 검증 가능한 불가역적 폐기와 같다”고 밝혔다. 미국이 요구하고 있는 ‘최종적이고 완전히 검증된 비핵화(FFVD)’와 유사한 조치라고 평가한 것이다.
문 대통령은 “김 위원장은 가능한 한 빠른 시기에 완전한 비핵화를 끝내고 경제 발전에 집중하고 싶다는 희망을 내비쳤다”며 “빠른 비핵화 진행을 위해 폼페이오 장관의 방북,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2차 북·미 정상회담이 조속히 이뤄지기를 원하고 있다”고 전했다. 김 위원장은 또 풍계리 핵실험장에 대해 “완전히 폐기했기 때문에 더 이상 핵실험을 할 수 없다. 언제든지 검증받고 싶다”고 얘기했다고 문 대통령이 전했다.
문 대통령은 북·미 협상도 재개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북한은 우리에게 북·미 대화 중재를 요청했고, 미국은 북한과의 대화 재개를 희망하고 있다”면서 “이번 남북 정상회담을 통해 북·미 대화가 재개될 여건이 조성됐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2차 북·미 정상회담에서는 원론적 합의가 아닌 분야별로 구체적인 합의가 이뤄져야 한다고 제안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번 싱가포르 센토사 합의에서는 그야말로 원론적 합의가 이뤄졌다”며 “(2차 정상회담에서) 비핵화의 시한을 정하거나 상호 교환해야 할 조치를 규정하는 등 정상 간 합의가 이뤄진다면 비핵화가 더욱 효과적으로 진행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김 위원장과의 비공개 논의 내용을 오는 24일 한·미 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협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김 위원장과 논의한 내용 가운데 합의문에 담지 않은 내용도 있다”며 “트럼프 대통령에게 상세한 내용을 전해줄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미국은 우리를 통해 북한에 메시지를 전하고 싶어 하고, 그에 대한 답을 듣길 원한다”고 부연했다. 이번 방북 결과에 대해서는 “남북 관계를 크게 진전시키고 두 정상 간 신뢰 구축에 큰 도움이 됐다”고 자평했다.
강준구 기자 eye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