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3월, 중국의 젊은 여성 5명이 세계 여성의 날을 기념해 성희롱 대응 요령을 알려주는 스티커를 길거리에서 나눠주려고 했다. 그런데 그들이 행동에 나서기도 전에 경찰이 한 여성의 집을 급습해 체포하고, 경찰차가 공항까지 쫓아가 다른 여성을 붙잡았다. 이들이 감금되자 소셜 미디어를 통해 파장이 들불처럼 번졌다. 공안의 과잉 단속이 단순한 전단지 배포 행위를 초대형 이슈로 만들었다. 그들은 ‘페미니스트 파이브(Feminist Five)’로 유명해졌고, 공안은 전 세계적인 비난을 받았다. 결국 여성들은 37일 만에 석방됐다.
중국 칭화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미국인 레타 홍 핀처는 ‘빅브라더를 배신하다: 깨어나는 중국 페미니스트’라는 책에서 2010년부터 웨이보 등 소셜 미디어로 확산된 중국 페미니즘 물결을 추적했다. 이혼녀 리위안은 자신을 자랑스러운 독신 커리어 우먼으로 묘사한다. 홀로 해외 여행하는 사진을 자주 올리는 그의 웨이보 팔로어는 240만명이나 된다.
검열 당국은 2016년 ‘페미니스트’라는 용어를 쓰는 계정을 금지했다. 당국이 ‘#MeToo’ 해시 태그도 삭제하자 중국 네티즌은 ‘미투’로 발음되는 다른 해시태그로 맞섰다.
저자는 페미니즘이 중국 주류에 어떻게 스며들었는지 관찰한다. 강한 소녀와 여성의 이미지는 만화, 화장품 광고, 영화, 패션에 점차 더 많이 사용되고 있다. 그러나 중국은 기혼 여성 4명 중 1명이 배우자에 의한 구타를 경험하는 등 가정 폭력이 심각하다. 저자 역시 그런 피해를 당했다고 털어놨다. 그는 “페미니즘은 중국에서 가장 위력적인 변혁 운동이 될 잠재력이 있다”고 했다.
베이징=노석철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