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추적추적 내리던 지난 20일 경남 통영시 도남동 신아sb조선소 건물은 텅 비어 있었다. 한때 수주잔량 기준 세계 16위를 자랑하던 신아조선소는 2014년 법정관리에 들어갔고 4000여명의 직원들은 뿔뿔이 흩어졌다. 이후 거대한 크레인과 대형 창고만 흉물스럽게 통영 앞바다를 차지하고 있었다.
오랜만에 불이 켜진 이 건물에서 이날 통영 폐조선소 재생사업 마스터플랜 국제 설계공모 당선작 시상식이 열렸다. 통영 폐조선소 재생사업은 국토교통부가 추진하는 도시재생 뉴딜사업 중 유일한 경제기반형 사업이다. 총 사업비만 1조1000억원에 달하는 대규모 프로젝트다.
롤모델은 한때 조선업이 발달했던 스웨덴 남부도시 말뫼다. 말뫼는 조선업 붕괴로 열악해졌지만 90년대 중반 도시재생을 통해 환경친화적 교육, 문화, 관광도시로 재탄생했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지난 10일 마스터플랜 국제공모 당선작으로 포스코에이앤씨 컨소시엄의 ‘캠프 마레(CAMP MARE)’를 최종 선정했다. 통영 재생사업의 밑그림을 그린 포스코에이앤씨 컨소시엄엔 독일 유명 설계사인 헨 게엠베하(Henn GmbH)도 참여했다.
캠프 마레는 신아조선소 부지를 포함해 인근 51만㎡ 지역에 조성된다.
통영의 공예와 예술 등 전통적인 12공방을 모티브로 하는 ‘12개 교육 프로그램’을 단지 내에 배치해 통영은 물론 경남지역 전체의 경제 재생을 이끌겠다는 게 목표다.
특히 신아조선소의 200t 규모 골리앗 크레인은 캠프 마레의 상징물이 될 것으로 보인다. 크레인에 대형 스크린을 설치해 상설 영화제, 상설 음악제 등을 개최하겠다는 구상도 세웠다. LH는 이번 사업으로 1만2000개 일자리와 5000억원 규모 건설 수요가 창출될 것으로 내다봤다.
박상우 LH 사장은 “아름다운 자연, 박경리·윤이상 선생으로 대표되는 문화 자원이 보물과 같이 축적된 통영에 활력을 불어넣는 대규모 프로젝트가 될 것”이라며 “LH도 신도시만 만드는 회사가 아닌 낡은 도시도 되살리는 일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리겠다”고 말했다.
통영=서윤경 기자 y27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