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임수 쓰면 美 보복 어떻게 감당하나” 文 대통령이 전한 김정은 발언



“세계인이 못믿는 것 잘 알아 이번엔 진정성 믿어 달라”
공개 연설·美 언론 인터뷰 통해 북한에 대한 ‘보증인’ 역할 담당


유엔총회 참석차 방미 중인 문재인 대통령이 공개 연설과 미국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해 지난 18∼20일 평양 남북 정상회담 당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나눈 비핵화 관련 발언을 상세히 공개했다. 문 대통령은 또 김 위원장을 ‘솔직하고 담백한 인물’로 묘사하며 북한에 대한 ‘보증인’ 역할도 담당했다.

문 대통령은 25일(현지시간) 뉴욕에서 열린 미국외교협회(CFR)·코리아소사이어티(KS)·아시아소사이어티(AS) 공동주최 연설에서 김 위원장의 메시지를 생생하게 전달했다. 문 대통령은 “김 위원장이 ‘많은 세계인이 비핵화를 위한 우리의 여러 조치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북한을 믿지 못하겠다 또는 속임수다 또는 시간 끌기라고 말하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그러나 지금 북한이 속임수를 쓰거나 시간 끌기를 해서 도대체 얻을 수 있는 게 뭐가 있겠는가’라고 말했다”고 소개했다. 또 “김 위원장은 ‘그렇게 되면 미국이 강력하게 보복을 할 텐데, 그 보복을 북한이 어떻게 감당할 수 있겠는가. 그래서 이번에야말로 북한의 진정성을 믿어 달라’고 했다”고 덧붙였다.

문 대통령은 같은 날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도 “김 위원장은 동창리 미사일 시험장과 미사일 발사대를 미국 참관 하에 폐기하겠다고 약속했다”면서 “아울러 미국이 상응하는 조치를 취해 준다면 영변 핵기지를 폐기하는 등 추가적인 핵 폐기 조치를 이행하겠다고 약속했다”고 전했다.

문 대통령은 김 위원장에 대한 자신의 솔직한 평가도 숨기지 않았다. 그는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김 위원장을 “젊지만 아주 솔직 담백한 그런 인물이고, 비핵화에 대해 확고한 의지를 가진 인물이자, 핵을 버리고 경제 발전을 통해 북한 주민을 더 잘 살게 하겠다는 전략적 마인드를 가진 인물”이라고 평가했다. 미국외교협회 행사에서는 “김 위원장은 연장자를 예우하는 예의를 갖추고 있을 뿐 아니라, 북한을 경제적으로 발전시켜야겠다는 의욕이 아주 강했다”면서 “미국이 북한의 안전을 제대로 보장해주면서 북한 경제 발전을 위한 지원을 해준다는 신뢰를 준다면, 김 위원장은 얼마든지 핵을 포기할 수 있는 진정성을 가지고 있다고 믿는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이 김 위원장의 발언을 직접 미국 대중에게 소개하고, 김 위원장에 대한 긍정적 평가를 아끼지 않은 것은 북핵과 남북 경협 등의 문제가 결국 북·미 간 신뢰구축 여부에 달려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예측할 수 없는 로켓맨’이었던 김 위원장의 이미지를 ‘정상국가 지도자’로 변화시킴으로써 국제사회의 불신을 조금이나마 덜어내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

문 대통령은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김 위원장에게는 부정적 이미지가 많아 저는 정상회담을 할 때마다 김 위원장과 많은 대화를 하려고 노력했고, 이 모습을 TV 생중계로 전 세계인들이 직접 볼 수 있게 하려고 노력했다”며 “아마도 이제는 많은 세계인이 제 평가에 동의하리라고 믿는다”고 설명했다.

최승욱 기자, 뉴욕=강준구 기자 applesu@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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