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북한에 해줄 수 있는 상응조치로 종전선언 외에 인도적 지원과 평양 연락사무소 설치 등 본인의 구상을 밝혔다. 문 대통령은 “한·미의 비핵화 협상은 북한의 불가역적 조치에 비해 언제든 취소할 수 있어 전혀 손해 볼 게 없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25일(현지시간) 미국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상응조치라는 것은 반드시 제재 완화만을 뜻하는 게 아니다”며 “우선은 종전선언을 할 수도 있고, 인도적 지원과 예술단 교류 등 비정치적 교류를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 북한이 영변 핵기지를 폐기하게 되면 미국 측의 장기간 참관이 필요할 것”이라며 “이를 위해 평양에 연락사무소를 설치하는 것도 생각해볼 수 있다”고 제안했다.
문 대통령은 “이제는 적대 관계를 청산한다는 미국의 의지도 보여주면서 참관단이 활동할 수 있다”며 “이어 비핵화 조치가 완료되고 나면 북한의 어떤 밝은 미래를 보여주기 위해 경제시찰단을 교환하는 것도 생각해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문 대통령이 북한의 비핵화 조치에 대한 미국의 상응조치 구상을 밝힌 것은 처음이다.
문 대통령은 북한의 불가역적 조치에 비해 한·미의 상응조치는 언제든 뒤집을 수 있는 것이라는 인식도 밝혔다. 문 대통령은 “한국이나 미국이 비핵화 협상을 함에 있어 전혀 손해 볼 것이 없다”며 “북한의 조치들은 핵실험장 폐기, 미사일 실험장 폐기, 영변 핵기지 폐기, 만들어진 핵무기 폐기 등 전부 폐기하는 불가역적 조치”라고 말했다. 이어 “그에 대해 한·미 양국의 조치는 군사훈련을 중단하는 것이지만 언제든 재개할 수 있고, 종전선언 역시 정치적 선언이기 때문에 언제든 취소할 수 있다”며 “설령 제재를 완화하는 한이 있더라도 북한이 약속을 어길 경우 제재를 강화하면 그만”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사이에 타임테이블 약속을 한다면 상호신뢰 토대 위에 전개하더라도 미국은 손해 보는 일이 전혀 없다”고 덧붙였다.
상응조치에 대해서는 “일일이 ‘동시 이행’으로 따질 수는 없지만 크게는 병행돼 나가야 한다”며 “북한이 비핵화 조치를 하면 할수록 미국은 북한의 체제를 보장하고 북·미 관계를 새롭게 만들어 나갈 것이라는 믿음을 줘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 믿음을 북한에 줄 수 있다면 북한은 보다 빠르게 비핵화를 해 나갈 것”이라며 “그렇게만 된다면 트럼프 대통령 1차 임기 내에 비핵화를 마치겠다는 북한의 타임테이블도 결코 무리하지 않다”고 내다봤다.
뉴욕=강준구 기자 eye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