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선거에 활용 위해 10월 중·하순 회담할 수도
회담 장소 워싱턴·빈 유력… 서울·판문점도 후보군에
폼페이오 조만간 방북… 개최 일정 최종 조율할 듯
제2차 북·미 정상회담 개최가 가시화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문재인 대통령과의 한·미 정상회담에서 2차 북·미 정상회담의 개최 시기와 장소를 곧 발표할 것이라고 예고한 가운데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26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2차 정상회담이 10월 이후 개최될 것”이라고 밝혔다.
폼페이오 장관은 미 CBS방송과의 인터뷰에서 “2차 북·미 정상회담에서 가능한 한 많은 성과를 거둘 수 있는 여건을 만들기 위해 열심히 준비하고 있다”면서 “가능하면 이른 시기에 정상회담이 개최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회담이 10월에 열릴 수도 있겠지만 그 후가 될 가능성이 더 크다”고 덧붙였다.
제2차 북·미 정상회담의 시기에 대해 11월 6일 미국 중간선거 전·후를 놓고 예상이 엇갈리고 있다. 일각에선 트럼프 대통령이 2차 북·미 정상회담 성과를 중간선거에 활용하기 위해 선거 전인 10월 중순 또는 하순에 열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이에 맞서 북·미 간 복잡한 물밑조율 과정을 고려하면 시간이 촉박해 중간선거 이후인 11∼12월에 개최될 것이라는 전망도 적지 않다. 결국 조만간 시작될 북·미 간 오스트리아 빈 실무협상과 폼페이오 4차 방북에서 가닥이 잡힐 것으로 보인다. 폼페이오 장관은 CBS와의 인터뷰에서 방북 날짜를 특정짓지는 않았다.
장소에 대해서도 설이 분분하다. 미국 워싱턴이 거론되지만 김 위원장 입장에서 장거리 이동이 부담이다. 미국이 북·미 실무협상 장소로 지목한 빈, 한국의 서울과 판문점도 후보군에 올라 있다.
2차 북·미 정상회담이 열린다면 북한이 이행할 비핵화 조치와 미국이 제공할 상응 조치의 조합이 관건이 될 전망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2차 북·미 정상회담을 통해 북한 비핵화 문제를 원샷 방식으로 단번에 해결할 의도를 가진 것으로 보인다.
폼페이오 장관은 인터뷰에서 “북한의 비핵화 프로세스에는 시간이 걸릴 것”이라면서도 “북한의 비핵화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입장은 시종일관 분명하다”고 밝혔다. 이어 트럼프 장관은 북한이 비핵화에 대한 사찰을 수용하는 것에 동의했느냐는 질문에 “그렇다”고 답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미국 또는 국제사회의 사찰이 어떻게 진행될지에 대해서는 밝히지 않았지만 “우리는 (비핵화) 검증 문제에 대해 계속 이야기하고 있으며, 김 위원장은 전세계에 밝힌 비핵화 약속을 이행해 나갈 것이다”고 덧붙였다. 또 폼페이오 장관은 종전선언과 관련해 “실제 진전이 이뤄지고 있다”고 언급했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25일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유엔총회 연설에서 “전쟁의 망령을 대담하고 새로운 평화 추구로 대체하기 위해 북한과 대화하고 있다”면서 “김 위원장의 용기와 그가 취한 조치들에 감사하다. 우리는 조만간 다시 만날 예정이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의 연설은 미국의 대북정책이 1년 만에 완전히 바뀐 것을 보여준다. 지난해 9월 19일 같은 장소에서 열린 연설에서 그는 “미국과 동맹국을 방어해야 한다면 우리는 북한을 완전히 파괴하는 것 이외에 다른 선택이 없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 발언으로 한반도 전쟁 공포는 극으로 치달았다.
하지만 올해 트럼프 대통령은 34분50초에 걸친 유엔 연설에서 북한 비핵화 문제에 첫머리 2분을 할애할 정도로 중시하는 모습이었다. 특히 6·12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을 언급하면서 “나와 김 위원장은 매우 생산적인 대화를 나눴다”며 “그 회담 이후 거의 상상할 수 없었던 여러 고무적인 조치들이 짧은 시간 동안 이뤄졌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트럼프 대통령은 “아직 해야 할 일들이 많이 남아 있다”며 “(대북) 제재는 비핵화가 이뤄질 때까지 계속 시행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종전선언이나 북한이 원하는 상응조치를 언급하지 않으며 속도 조절에 나선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2차 북·미 정상회담 등 북한과의 대화에는 의지를 나타나면서도 제재를 빼놓지 않는 투트랙 전술을 이어갔다.
북한 측 반응도 1년 만에 확연히 달라졌다. 지난해에는 자성남 당시 유엔주재 북한 대사가 트럼프 대통령의 연설 시작 전 회의장을 나서며 사실상 연설을 보이콧했다. 하지만 최근 부임한 김성 북한 대사는 트럼프 대통령의 올해 연설을 경청했다.
워싱턴=하윤해 특파원 justic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