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정 확실한 시그널에 숨 죽여… 3대 규제에 당분간 눈치 장세
공급 대책 장기적으로 역부족… ‘학습효과’에 재상승 반복 우려
정부가 세제 및 대출 규제 강화를 골자로 한 투기수요 억제 방안과 수도권 주택 공급 확대 방안을 잇달아 내놓으면서 급등하던 서울 집값은 한풀 꺾였다. 한동안 계속된 ‘억 단위’ 호가 상승과 계약 파기 등 이상 과열 현상도 잦아들었다. 서울 일부 지역에선 급매물도 나오고 있다. 정부와 여당이 시장에 보낸 ‘경고 시그널’이 일단 효과를 내는 모양새다.
부동산 업계와 전문가들은 당분간 치열한 ‘눈치싸움’이 전개되며 집값 급등세가 누그러들 것으로 보고 있다. 정부가 실수요자 추격매수를 막기 위해 수도권 30만 가구 공급 청사진을 제시했고, 올 4분기 서울 입주물량도 2만526가구로 큰 규모의 분양시장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메말랐던 신규 분양시장이 해갈되고 정부의 공급 확대 의지가 확인되면서 단기적으론 시장 과열이 진정될 가능성이 크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26일 “단기 급등에 따른 후유증과 각종 규제 압박에 공급 계획까지 나오면서 당분간 조정 국면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양지영 R&C연구소장은 “9·13 대책 이후 진정돼 가던 시장에 국토교통부가 (주택 공급 확대 방안) 1차 공개와 함께 그린벨트 해제에 대한 강한 의지를 보여주면서 앞으로 집값 안정에 대한 시그널을 준 것”이라고 평가했다.
문제는 발표된 공급 대책이 장기적으로 꾸준한 서울 주택 수요를 감당할 수준에는 미치지 못한다는 점이다. 특히 수도권 30만 가구 중 서울 몫으로 공개된 물량은 1만 가구 수준에 불과하다. 시장이 그간 학습효과를 바탕으로 ‘매물 잠김→거래 실종→호가 상승’의 악순환을 반복할 경우 서울 집값은 또 다시 상승할 것이란 우려가 적지 않다.
업계 관계자는 “(규제 효과를 반영한) 조정매물이 나오더라도 양이 충분치 않고 갭 투자자들의 출구도 마땅치 않아 다주택자들의 버티기는 한동안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심교언 건국대 교수도 “(신규 택지가) 외곽지역에 많아 공급 효과가 크지 않다”며 “강남 가까운 곳에 그린벨트를 풀어야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향후 신도시가 들어설 입지의 효율성과 그린벨트 추가 해제 임팩트가 적절히 가미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한편 부동산 매물 검증 기구인 한국인터넷자율정책기구(KISO)에 따르면 9·13 대책을 전후해 부동산 허위매물 신고 건수가 5418건에서 3017건으로 44%가량 크게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종합부동산세 등 세제 강화로 투기 수요가 일부 꺾인 데다 정부가 악의적 허위매물 신고 단속 방침을 밝혔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정건희 기자 moderat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