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김정은이 비핵화 약속 지키도록 국제사회가 도와야”

진징이 베이징대 교수가 26일 베이징 왕징의 한 카페에서 국민일보 기자와 평양 남북 정상회담 등 한반도 문제를 주제로 인터뷰하고 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비핵화를 공식 언급한 것은 돌아올 수 없는 다리를 건넜다는 의지 표명으로 봐도 됩니다. 이제 김 위원장이 약속을 지킬 수 있도록 국제사회가 여건을 조성해야 합니다.”

진징이(金景一·65) 베이징대 교수는 26일 국민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합의한 평양공동선언에 대해 남북이 한반도 문제를 주도하는 의지와 능력을 보여준 사건으로 평가했다. 가장 인상적인 장면으로는 문 대통령의 평양 연설을 꼽았다. 다음은 일문일답.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김 위원장의 용기에 감사하다’며 2차 북·미 정상회담을 공식화했다. 향후 회담의 시기와 의제를 어떻게 보나.

“김 위원장 서신과 문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전달한 메시지에 비핵화 로드맵이 들어 있을 것이다. 회담 시기는 미국 중간선거를 앞둔 10월이 유력하지만 실질적인 성과를 위해 늦춰질 수도 있다. 북한은 종전선언과 대북 제재 해제를 원하고 있다. 미국도 북한이 비핵화를 하면 무엇으로 보상하겠다는 식의 상응하는 로드맵 정도는 내놔야 한다. 북한 핵 문제는 동시 원칙에 따른 빅딜이 필요하다.”

-문 대통령은 미국과 종전선언 공감대를 이뤘다고 했는데, 연내 종전선언이 가능하다고 보나.

“북한은 ‘선(先) 종전선언’을, 미국은 ‘선(先) 핵 리스트 신고’를 놓고 선후 논쟁을 벌이고 있지만 서로 비핵화 의지가 강해 북한의 ‘단계별 동시 원칙’을 적용하면 진전이 있을 수 있다. 북·미가 한발 물러서서 타협점을 찾아야 한다. 북한이 비핵화 시간표나 사찰을 제시하면 종전선언을 하는 식으로 풀 수 있다. 미국은 종전선언 시 주한미군 철수나 한·미동맹 균열을 우려하는데 이는 정치적 선언이어서 부담이 적다. 연내 종전선언도 불가능하지 않다.”

-평양 남북 정상회담의 의미와 가장 인상 깊었던 장면은.

“한반도 문제를 남북이 주도해 풀 수 있다는 의지와 능력을 대내외에 천명한 게 가장 큰 성과다. 남북 정상은 북·미 중심이던 북핵 문제를 처음으로 주요 의제로 다뤘고 2차 북·미 정상회담도 이끌어내며 새로운 패턴을 만들어내고 있다. 또 한반도 전역에서 전쟁 위험을 해소하는 군사 분야 합의로 실질적인 종전선언을 했다고 본다. 문 대통령이 평양 능라도 5·1경기장에서 연설한 것은 파격이다. 북한 주민 15만명 앞에서 문 대통령의 연설을 허용하는 것은 김 위원장에게 큰 부담이었다. 연설 허용 자체가 정말 파격이었고, 진정성이 묻어났다. 남북관계사에서 가장 파격적인 장면을 꼽으라면 문 대통령의 평양 연설이다. 그것까지 북한의 쇼라고 하면 할 말 없다.”

-김 위원장의 첫 육성 비핵화 언급에 의미를 두는데.

“김 위원장은 이번에 비핵화 의지를 보다 확고하게 대내외에 육성으로 천명했다. 북한이 이제 확실히 돌아올 수 없는 다리를 건넜다는 것을 표명한 것이다. 김 위원장의 개혁개방 및 비핵화 의지는 분명한 것 같다. 다만 북한 비핵화는 김 위원장 개인에게만 맡겨서는 안 된다. 김 위원장이 개혁개방으로 가면서 비핵화 약속을 지킬 수 있도록 국제사회가 힘을 모아주고 함께 만들어가야 한다.”

-평양공동선언에 담긴 비핵화 조치는 어떤 의미가 있나.

“미사일 엔진 시험장과 발사대 영구 폐기를 유관국 전문가들 참관 하에 진행한다는 것은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핵 폐기(CVID)’의 일부로 볼 수 있다. 비핵화 프로세스에서 큰 진전이다. 일각에서 실질적인 비핵화 조치가 빠졌다고 지적하지만 ‘상응조치 시 영변 핵시설 폐기’ 등을 담아낸 것도 큰 성과다.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합의는 북·미 정상회담의 몫이다.”

-김 위원장이 내건 ‘상응 조치’는 어떤 것을 말하나.

“종전선언이나 대북 제재 해제와 관련된 것일 수 있다. 다만 현재 로드맵이 없는 게 문제다. 대북 제재 해제는 석탄 및 노무 수출을 허용하는 식의 구체적인 로드맵이 있어야 한다. 구체적인 여러 조건을 걸고 미국과 협상해 합의하고 이견은 다시 협의하면 된다. 미국이 북한에 비핵화부터 하라는 것은 협상을 하지 말자는 얘기다.”

-트럼프 대통령이 실제로 김 위원장을 깊이 신뢰한다고 보나.

“트럼프 대통령은 비즈니스맨이다. 중간선거나 재선을 위해 재는 스타일이 아니다. 역사에 남을 위대한 업적을 세우는 쪽에 신경 쓰는 것 같다. 트럼프 대통령은 김 위원장을 깊이 신뢰한다고 본다. 문 대통령이 "김 위원장은 북한이 속임수를 쓰거나 시간끌기를 한다면 미국이 보복할 텐데 감당할 수 있겠느냐. 이번에는 북한의 진정성을 믿어달라고 말했다"고 밝혔는데 그 말에 동감한다. 김 위원장은 개방형이고 스케일이 커 보인다. 한반도 여건이 너무 좋다. 같은 시기에 등장한 문재인, 트럼프, 김정은 3명은 환상적인 조합이다.”

베이징=글·사진 노석철 특파원 schroh@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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