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핵화·종전선언→核사찰→남북 군축→다자안보체제

사진=AP뉴시스


완전 비핵화·평화체제 후에는 한반도 신경제지도 추진 의지
안보 불안 우려 의식한 듯 주한미군 철수론 일축하기도
文 “통일은 평화 완전해지면 어느 순간 하늘에서 떨어지듯 오는 것… 제 생애 오기 바라”


문재인 대통령이 방미 기간 자신의 한반도 평화 로드맵 구상을 구체적으로 밝혔다. 이 구상은 종전선언과 실질적인 북한의 비핵화 조치를 출발점으로 한다. 종착지인 완전한 비핵화와 평화체제 구축 후에는 남북 간 경제협력을 통해 한반도 신(新)경제지도를 그리는 일을 추진하겠다는 의지도 거듭 내비쳤다.

문 대통령 발언을 종합해보면 그의 평화 로드맵은 ‘북한의 실질적 비핵화 조치 및 종전선언→북한 핵·미사일 리스트 신고 및 사찰→남북 간 단계적 군축→한반도 완전한 비핵화→대북 제재 해제, 남북 경협 추진→평화협정 체결, 동북아 다자 안보체제 구축’으로 요약된다. 이는 문 대통령이 지난해 7월 베를린 선언을 통해 밝힌 한반도 항구적 평화체제 구축 방안의 업데이트 버전이다.

문 대통령이 한반도 평화 로드맵의 입구로 규정한 종전선언 개념에 대한 남북 간 논의에도 진전이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은 지난 24일(현지시간) 안토니우 구테레쉬 유엔 사무총장과의 면담에서 “이번에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종전선언에 대한 개념에 합의했다. 종전선언은 정치적 선언임과 동시에 적대관계를 종식한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또 남북 간에는 9월 평양공동선언을 통해 종전선언이 사실상 이뤄진 상태다. 문재인정부는 남북뿐 아니라 북·미 간에도 적대관계를 종식하기 위한 종전선언이 가급적 빨리 이뤄져야 평화 로드맵의 진전이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문 대통령은 이 과정에서 제기되는 안보 불안 우려를 의식한 듯 평화체제 구축 이후의 주한미군 철수론을 일축하기도 했다. 그는 25일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주한미군은 전적으로 한·미동맹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고 평화협정과는 무관한 것”이라며 “평화협정이 체결되고 난 이후에도, 심지어는 남북이 통일을 이루고 난 이후에도 동북아 전체의 안정과 평화를 위해 주한미군이 계속 주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평화협정 체결 이후 한반도 평화 유지를 위해선 남북은 물론 미국 중국 러시아 등 주변국과의 다자 안보체제가 구축돼야 한다는 취지다.

문 대통령은 미국외교협회(CFR) 코리아소사이어티(KS) 아시아소사이어티(AS) 공동주최 연설 직후 질의응답에서 한반도 비핵화 이후의 남북 경협 구상도 밝혔다. 그는 “한국은 인프라 구축을 포함해서 북한의 경제 발전을 위해 선도적으로 힘쓸 용의가 있다”며 “그것은 단지 북한을 돕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거꾸로 한계에 직면한 한국 경제에도 새로운 활력과 성장동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세계은행(WB) 아시아개발은행(ADB) 등 국제금융기구의 대북 지원 필요성을 제기했다. 문 대통령은 김 위원장이 국제통화기금(IMF)과 WB에 가입할 의사를 갖고 있다고도 전했다.

문 대통령은 또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통일은 평화가 완전해지면 어느 순간 정말 하늘에서 떨어지듯이 오는 것”이라며 “그 시기가 제 생애 내에 오기를 바라고 있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이 북한 편을 들고 있다’는 지적에 대해선 “과거 정부 시절에는 통일이 이뤄진다면 그야말로 대박이고 한국 경제에 엄청난 기회가 될 것이라고 선전했던 바로 그 사람들이 이제 정권이 바뀌니까 또 정반대의 비난을 하는 것”이라며 일부 보수 언론에 날을 세웠다.

김경택 기자 ptyx@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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