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적 한국인 투타 메이저리거인 류현진(LA 다저스)과 추신수(텍사스 레인저스)가 올 시즌 예상 못한 반전을 보이며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초반 잘 나가다가 사타구니 부상으로 오랜 기간 자리를 비워 먹구름이 낀 류현진은 후반기 ‘가을 괴물’로 변신하며 팀의 구세주 역할을 하고 있다. 반면 전반기 ‘출루머신’의 위용을 떨쳤던 추신수는 후반기 극심한 타격 부진에 시달리며 고개를 숙여야 했다.
류현진은 올 시즌 전반기 미국프로야구(MLB) 6경기에 나와 3승 무패 평균자책점 2.12의 성적을 내며 승승장구했다. 하지만 지난 5월 갑작스런 사타구니 부상으로 마운드를 떠났다. 지난 2년간 이어진 부상 악몽이 재연된 듯했고 지난달 빅리그에 복귀해서도 그의 활약에 대한 의구심이 적지 않았다. 그러나 이는 기우였다. 류현진은 부상 복귀 후 치른 8경기에서 3승 3패 평균자책점 1.93의 그야말로 괴물모드를 선보였다. 어느덧 에이스 클레이튼 커쇼와의 원투펀치 결성을 넘어 포스트시즌 1선발급으로 분류되는 분위기다.
류현진에 대한 팀의 기대감은 어느 때보다 높다. 다저스는 27일(한국시간)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와의 경기에서 패배, 콜로라도 로키스에 0.5게임차로 밀리며 내셔널리그 서부지구 2위가 됐다. 다저스는 하루 쉰 뒤 29일∼10월 1일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와의 시즌 마지막 3연전을 갖는데 첫날 선발투수가 바로 류현진이다. 데이브 로버츠 다저스 감독은 당초 30일 선발인 류현진을 하루 당겨 쓸 정도로 신뢰를 보이고 있다. 사실상 류현진의 어깨에 팀의 가을무대 진출 여부가 달려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추신수의 전반기는 화려했다. 90경기에 나와 타율 0.293 18홈런 43타점의 활약을 펼쳤다. 52경기 연속 출루에 성공하며 아시아 출신 선수 최장 기록(스즈키 이치로·43경기), 현역 선수 최장 기록(앨버트 푸홀스, 조이 보토·48경기)을 차례로 경신했다. 출루머신이라는 별명에 걸맞는 활약이었다. 이를 통해 데뷔 후 처음 올스타에 선정되는 영광도 누렸다. 생애 최고의 활약이라는 평을 들을만했다.
하지만 추신수는 후반기에 완전히 다른 사람으로 변했다. 후반기 54경기 성적은 타율 0.211 3홈런 19타점으로 급락했다. 출루율도 0.328로 4할대인 전반기보다 대폭 떨어졌다. 9월 한 달로 국한하면 상황은 더욱 안 좋다. 이달 19경기 타율이 0.154까지 추락하면서 선발 출장 기회마저 줄어들고 있다. 추신수는 전날 LA 에인전스전까지 3경기 연속 침묵(13타수 무안타)했고, 이날 경기에서는 아예 선발 라인업에서 제외됐다.
그의 롤러코스터 같은 행보에 현지 언론의 시각도 싸늘해졌다. 미국 지역매체 댈러스모닝뉴스의 에반 그랜트 기자는 텍사스 좌타자 정리의 필요성을 주장하며 우선 순위로 추신수를 거론했다. 그는 “텍사스는 로날드 구즈만, 루그네드 오도어, 조이 갈로, 노마 마자라, 추신수, 윌리 칼훈 등을 보유하고 있다. 누군가는 떠나야 한다”며 “추신수가 가장 명백한 선택이 될 수 있다. 36세의 추신수는 다른 선수들보다 나이가 10살 이상 많다”고 주장했다.
텍사스 구단 소식을 전하는 론스타볼닷컴도 이날 같은 취지의 내용을 전하면서 “내년 텍사스가 수준급 선발투수를 얻으려면 유일하게 보낼 수 있는 선수는 추신수”라고 못박았다.
박구인 기자 capta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