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부터 상용화되는 5G(세대) 차세대 이동통신 서비스를 앞두고 통신업계가 ‘킬러 콘텐츠’ 발굴에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당장은 서비스와 시설이 구축되어도 5G를 활용할 콘텐츠가 부족한 실정이다. 우선 대용량 초고속 통신에 적합하고 마니아층이 형성되어 있는 게임과 스포츠 분야가 5G의 유망 분야로 거론된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게임이 가상·증강현실(VR·AR) 등 실감형 미디어와 시너지가 가장 큰 것으로 꼽힌다. 세계 게임 시장은 5G 상용화에 맞춰 연평균 10% 이상 성장이 예상된다. 게임시장조사업체 뉴주는 세계 게임 시장이 2017년 1217억 달러(약 135조원)에서 2021년 1802억 달러로 확대될 것으로 전망했다. 한국콘텐츠진흥원 조사에서는 국내 모바일 게임 이용자가 하루 평균 90분 이상 플레이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통신 3사 중에서는 KT가 VR 게임 개발·도입에 가장 적극적이다. 올해 초 무선 VR 게임 ‘스페셜포스’를 선보인 데 이어 최근에는 미국 게임 개발사 로코반스튜디오와 손잡고 인기 비디오게임 ‘메탈슬러그’의 VR 버전을 개발했다. 넥슨과는 게임 ‘카트라이더'를 활용한 VR 게임을 개발 중이다.
KT는 지난 5일 서울 마포구 누리꿈스퀘어에서 개막한 국내 최대 VR 전시회 ‘코리아 VR 페스티벌 2018(KVRF)’에서 만화 ‘로봇 태권브이’의 지식재산권(IP)을 활용한 체험형 콘텐츠도 선보였다. 앞으로 KT는 글로벌 유명 IP를 활용한 VR 게임을 추가로 선보일 계획이다.
SK텔레콤은 지난 8월 ‘5GX 게임 페스티벌'을 열고 360 VR 라이브를 활용한 e스포츠 중계 기술과 VR 게임을 공개했다. 관람객은 VR 기기와 360도 트레드밀을 활용해 영화 ‘레디 플레이어 원’의 주인공이 돼 가상 게임을 즐길 수 있었다. SK텔레콤은 KVRF에서는 VR을 이용한 스카이다이빙, 은행 보안관 체험, 고공탈출 콘텐츠를 선보였다.
스포츠 중계 역시 게임 못지 않게 데이터 트래픽이 많이 발생하는 서비스다. 프로야구 한 경기 시청에는 평균 3.6GB 데이터가 소모되는 것으로 파악된다. 5G 시대가 되면 고용량 실감형 중계가 자리 잡으면서 데이터 사용량이 더욱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스포츠 관련 5G 서비스 선점에 가장 공을 들이는 업체는 LG유플러스다. LG유플러스는 원하는 선수와 장면을 골라보는 서비스를 올해 프로야구와 골프 중계에 적용했다. 최근에는 데이터와 그래픽을 활용한 프로야구 ‘AR 입체중계’도 선보였다. 이밖에 LG유플러스는 게임 개발사들과 VR 게임 방송을 추진하고 있다. 올해 VR 페스티벌에서는 VR·AR 기반의 자동차 정비 실습, 군사 훈련 시스템, 인공 고관절 수술 교육 콘텐츠 등이 공개됐다.
SK브로드밴드도 모바일 동영상 서비스 ‘옥수수’에 5G형 스포츠 서비스를 도입했다. 지난 6일부터 국내 프로야구 경기 관련 ‘AI 데이터 분석 방송’ 생중계 채널을 스포TV(SPOTV)와 제휴해 실시했다. 선수와 공의 움직임을 실시간으로 분석해 세부 정보를 제공하는 서비스다. 직구, 슬라이더 등 투구의 종류와 회전수 및 속도, 타자의 타격 발사각과 비거리, 주자가 진루하는 데 걸린 시간을 입체 그래픽과 데이터로 보여준다.
유성열 기자 nukuv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