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교육과학기술부 고위공무원 출신인 J씨는 2011년 말 30년 넘게 일해 온 공직을 떠났다. 그리고 때마침 출범한 기초과학 분야 국책연구기관 기초과학연구원(IBS)의 사무처장으로 ‘인생 2막’을 시작했다. 그는 교과부에서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기획단 고위 간부를 역임하며 IBS 출범을 견인하는 역할을 했다.
이런 J씨의 IBS 생활은 그야말로 탄탄대로였다. 그는 연구원 살림을 도맡는 사무처장으로 3년 넘게 재직하면서 수당과 성과급을 합쳐 임원보다 많은 억대 연봉을 받았다. 2015년 2월 감사원은 IBS 감사에서 IBS가 J씨에게 이렇다 할 성과평가 없이 성과급을 과다 지급했다고 지적했다. 당시 감사원은 J씨가 원래 연봉보다 5000만원 가까이 많은 1억7000만원 상당의 연봉을 받았으며, 이는 임원인 감사보다 높은 금액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감사원 감사 이후 단행된 조직 개편 이후에도 J씨는 신설된 ‘정책위원’이란 직함으로 명패만 바꿔 달고 억대 연봉을 계속 수령했다. 감사원 감사 직후 제정된 IBS의 임용지침에는 정책위원을 수행하면서 부서장 등 별도의 다른 보직을 겸할 수 없다고 명시됐지만 IBS는 그해 12월 ‘기관 운영상 원장이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경우 한시적으로 다른 보직을 겸할 수 있다’는 문항을 지침에 추가했다. 그리고 J씨에게 시설건설센터장직까지 겸임케 했다.
IBS의 석연치 않은 특혜성 조치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지난해 3월 IBS는 ‘전문위원’이란 직제를 신설했다. J씨가 퇴직을 1년 앞둔 시점에서다. 그러면서 전문위원의 임용 기준으로 ‘연구원에 5년 이상 정규직으로 근속한 후 정년퇴직한 자’를 명시했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김성태 자유한국당 의원은 27일 “이 기준에 부합되는 사람이 현재까지 IBS 내에서 J씨 한 명뿐”이라며 “J씨의 자리 보전을 위해 전문위원직이 만들어졌다고 볼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지난 6월 정년(만 61세)을 맞은 J씨는 정책위원과 시설건설센터장 직에서 물러나 7월부터 전문위원으로 IBS에 재직 중이다. 관련 규정에 따르면 전문위원은 1년 단위로 고용 계약을 맺게 되지만 계약만 갱신하면 만 65세까지 3400만원(올해 기준)의 연봉을 받으며 계속 일할 수 있다. IBS의 전문위원 운영지침에는 ‘업무 특성 등을 고려해 원장이 승인하는 경우 제한적으로 만 65세를 초과해 활용할 수 있다’고 돼 있어 J씨가 65세를 넘긴 뒤에도 계속 재직할 여지가 남아 있다. 김 의원은 “전문성이 요구되는 과학기술 연구기관마저 ‘관피아’(관료와 마피아 합성어)의 취업 창구로 전락한 현실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정부도 최근 이런 실태를 포착하고 IBS에 대한 복무기강 감사에 착수했다.
J씨는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특혜 의혹을 부인했다. 그는 정년 직전 전문위원 직제가 신설된 것에 대해 “전문위원제는 IBS뿐만 아니라 다른 기관들도 운용하고 있는 제도”라며 “단지 내가 먼저 정년이 되면서 제도 적용대상이 됐을 뿐”이라고 말했다. 정책위원 재직 시절 시설건설센터장을 겸직한 것에 대해서는 “당시 대전에 있는 IBS 본원 건설이 진행돼 누군가는 관련 보직을 맡아야 했는데, 정부에서 관련 경험이 있는 내가 불가피하게 맡게 됐다”고 해명했다.
이종선 기자 rememb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