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최고경영자(CEO)의 리더십이 흔들리고 있다. 최근 몇 년간 인수합병을 통해 페이스북에 합류한 회사의 창업자들이 잇달아 저커버그에 등을 돌리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IT매체 테크크런치는 26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새너제이에서 열린 오큘러스 커넥트5 행사에 오큘러스 공동창업자 5명이 참석하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오큘러스는 페이스북이 가상현실(VR) 분야를 선점하기 위해 2014년 20억 달러(약 2조2000억원)에 인수한 업체다. 특히 최근 와츠앱, 인스타그램 등 페이스북이 인수했던 기업의 창업자들이 저커버그와 페이스북 경영진과 대립각을 세우며 회사를 떠난 터라 오큘러스 창업자들의 불참은 더욱 주목을 받았다.
오큘러스는 페이스북에 인수된 이후 격동의 시기를 보냈다. 오큘러스는 제니맥스사의 지적재산권을 침해한 혐의를 받았고, 페이스북은 2억5000만 달러를 배상해야 했다. 오큘러스 창업자 중 한 명인 팔머 럭키는 2016년 미국 대선 당시 민주당 힐러리 클린턴 후보를 반대하는 단체에 기부금을 냈다가 구설에 휘말렸고 결국 지난해 회사를 떠났다.
다른 공동 창업자들은 서서히 회사의 중심에서 밀려났다. 오큘러스를 비롯한 현재 페이스북의 VR 사업은 한때 샤오미에 몸담았던 휴고 바라 부사장이 지휘하면서 저커버그에 직접 보고를 하고 있다. 테크크런치는 “지난해까지만 해도 창업자들이 작은 역할이라도 있었는데 올해는 2시간 동안 이어진 프레젠테이션에서 전혀 역할이 없었다”고 지적했다.
페이스북이 인수한 메신저 왓츠앱의 공동창업자 브라이언 액턴은 언론 인터뷰를 통해 저커버그와 페이스북 경영진을 비난하고 나섰다.
액턴은 미국 경제지 포브스와의 인터뷰에서 “저커버그와 셰릴 샌드버그 최고운영책임자(COO)는 지속적으로 수익에 대한 압박을 가해왔다”고 주장했다. 액턴은 와츠앱 운영 원칙으로 ‘광고, 게임, 속임수가 없는 것’을 삼았지만 저커버그는 지속적으로 와츠앱에 타깃 광고를 주문했다고 덧붙였다. 8년간 와츠앱을 키워온 액턴은 지난해 9월 회사를 떠났고 이후 ‘페이스북을 삭제하라’(#DeleteFacebook) 운동에 나서기도 했다.
와츠앱 공동창업자인 얀 쿰도 페이스북 내에서 사용자 정보 보호를 위한 강력한 정책 시행을 주장하다가 받아들여지지 않자 지난 4월 사직했다.
앞서 인스타그램 창업자인 케빈 시스트롬 CEO와 마이크 크리거 최고기술책임자(CTO)는 재충전을 이유로 사임의사를 밝혔다.
페이스북 핵심 인사들의 잇따른 이탈은 저커버그가 자신의 인물을 주요 보직에 앉히고 경영에 심하게 간섭한 것이 원인으로 지목된다.
김준엽 기자 snoop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