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샌프란시스코 실리콘밸리의 대표적인 정보기술(IT) 기업인 구글과 페이스북에 가면 재미난 광경을 만난다. 뷔페식 구내식당에 인도, 중국 음식이 한 코너를 차지하고 있고 테이블에선 고국 음식을 먹는 인도와 중국 사람들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직원 중 인도와 중국 사람의 비중이 늘어나면서 회사가 배려한 식단이다.
인도 뉴델리의 오베이로 호텔은 실리콘밸리 기업들에서 파견 나온 직원들이 묵고 있다. 이들의 파견 목적은 호텔에서 자동차로 1시간도 걸리지 않는 구르가온에 입주한 업체 직원들을 영입하기 위한 것이다. 구르가온은 인도의 실리콘밸리로 불리는 곳이다.
그렇다면 왜 IT 강국이라 불리는 한국의 영재들은 실리콘밸리에서 볼 수 없는 것일까.
지난 18일 명지대 용인캠퍼스의 디자인조형센터 건물 강의실에선 8명의 학생이 두 명의 남자 앞에서 프레젠테이션을 진행하고 있었다. 수행 과제는 ‘징가’의 레이싱 게임 ‘CSR’ 마케팅 영상이었다.
추석 연휴가 끝나고 일주일 뒤 제작을 끝낸 30초짜리 두 개의 영상이 실리콘밸리 본사로 전송됐다. 반응은 뜨거웠다. ‘놀랍다’는 찬사가 쏟아졌다.
이날 프레젠테이션은 수업의 일부가 아니라 명지대 학내 벤처인 폰즈에서 진행된 업무 중 하나였다. 폰즈는 이달 초 개강과 함께 문을 열었고 8명의 학생은 이 회사 직원이다. 징가는 폰즈를 통해 학생들을 인턴으로 채용해 마케팅 업무를 맡겼다. 미국에서 파견 온 징가 직원은 학생들에게 마케팅 방법을 알려줬다. 징가는 지난해 연매출 1조원(8억6100만 달러)을 달성한 실리콘밸리의 유명 온라인 게임 업체다.
폰즈의 창업은 우연히 이뤄졌다. 명지대 영상디자인과 김형규 교수는 학생들이 뛰어난 실력을 갖고 있으면서도 국내 기업에만 취업하려는 게 늘 안타까웠다. 어느 날 미국 출장 중 김 교수는 징가의 마케팅 담당 직원에게 놀라운 이야기를 들었다.
김 교수는 “최근 실리콘밸리에서는 중국이나 인도처럼 실력이 있으면서도 부지런하고 어른에겐 공손한 한국 사람들을 고용하고 싶어 한다는 말을 들었다”며 “그런데 징가뿐만 아니라 실리콘밸리에선 한국 사람을 어떻게 채용해야 하는지 모른다고 했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 인력에 관심을 갖고 있던 징가 측에서 김 교수에게 제안을 했다. 실리콘밸리식 기업 운영 방식을 학생들에게 알려주면 별도의 교육 과정을 거치지 않고 이들을 현업에 투입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들자는 것이었다.
시작은 마케팅 분야였다. 최저임금 수준에 맞춰 징가가 월급을 지급하기로 했다. 명지대도 사무실을 제공하고 한 학기에 이수해야 할 17학점을 주기로 했다.
채용 공고문을 본 학생들의 반응은 뜨거웠다. 내년이면 취업 전선에 뛰어들어야 할 영상디자인과 4학년 이심인(25)씨는 신청서를 가장 먼저 냈다. 이씨는 “실리콘밸리 취업보다는 창업이 목표”라며 “실리콘밸리의 마케팅 방법은 창업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학생들의 해외 취업에 도움을 주는 역할을 했으면 좋겠다는 이야기도 잊지 않았다. 같은 과 3학년 조윤아(22)씨는 “인도와 중국은 정부가 해외 마케팅을 통해 수학을 잘한다는 이미지를 만들었고 그게 실리콘밸리 진출로 이어졌다”면서 “한국 정부도 학교와 함께 이 같은 방식을 통해 한국 청년들의 실력을 알린다면 청년들이 국내는 물론 해외 기업에도 지원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용인=서윤경 기자 y27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