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저녁으로 바람이 싸늘해졌다. 일교차가 커진 데다 건조해진 요즘 피부 관리에 신경을 쓰지 않으면 거칠어지고 주름살도 늘기 마련이다. 유난히 뜨거웠던 지난여름 더위에 피부가 지쳐 있어 더욱 신경을 써야 한다. 우선 스킨부터 바꿔야 한다. 여름에 시원하고 산뜻한 느낌의 스킨을 발랐다면 이제는 보습력과 영양감이 뛰어난 스킨을 써야 한다. 이런 스킨들은 대부분 걸쭉한 느낌이어서 ‘콧물스킨’으로 불린다. 초가을 피부에 수분과 영양을 공급해줄 콧물스킨, 어떤 브랜드 제품이 좋은지 국민 컨슈머리포트가 비교, 평가해봤다.
유통경로별 베스트셀러 5개 제품 상대평가
소비자들이 많이 사용하는 콧물스킨을 평가하기 위해 유통경로별로 베스트셀러 제품을 추천받았다. 백화점과 헬스&뷰티 스토어(올리브영), 온라인마켓(SK 플래닛 오픈마켓 11번가)에서 지난 8월 20일∼9월 10일 매출 베스트 제품(표 참조)을 추천받았다. 유통경로별로 가장 많이 팔린 제품을 우선 골랐다. 백화점의 비오템 ‘블루 테라피 코스메틱 워터 안티-에이징 리파이닝 로션’(125㎖·6만2000원), 올리브영의 하다라보 ‘고쿠쥰 로션’(170㎖·2만2000원), 11번가의 설화수 ‘자음수’(125㎖·4만1500원)를 평가하기로 했다. 이어 베스트셀러 중 ㎖당 최고가인 샤넬 ‘르 리프트 페르므떼 리사쥬 로씨옹’(150㎖·11만원)과 최저가인 이즈앤트리 ‘히아루론산 토너’(200㎖·1만2000원)를 추가했다. 제품명은 로션이나 토너이지만 세안 후 맨 처음 바르는 스킨 성격의 제품이다. 가격은 지난달 18일 추천 유통경로별 판매가 기준이다.
보습력, 피부결 정돈력 등 5개 항목 기준
콧물스킨 평가는 고진영 애브뉴준오 원장, 김정숙 장안대 뷰티케어과 교수, 변윤선 임이석 테마피부과 원장, 최윤정 ‘생활 미용-그동안 화장품을 너무 많이 발랐어’(에프북) 저자(이상 가나다 순)가 맡았다. 브랜드가 평가에 영향을 미치는 것을 막기 위해 블라인드 테스트로 진행했다. 5개 브랜드의 콧물스킨을 일회용 용기에 담아 지난 13일 평가자들에게 보냈다. 평가는 흡수력, 피부결 정돈력, 보습력, 영양감, 지속력 5개 항목을 기준으로 했다. 항목별 평가 결과를 바탕으로 1차 종합평가를 했다. 이어 제품 성분을 알려주고 평가한 다음 가격을 공개하고 최종평가를 실시했다. 가장 좋은 제품에는 5점, 상대적으로 가장 떨어지는 제품에는 1점을 주는 상대평가로 진행했다.
국내외 중저가 제품들 ‘우수’
이번 콧물스킨 평가에서는 국내외 중저가 브랜드 제품이 뛰어난 품질력을 뽐냈다. 세계적인 명성을 얻고 있는 고가의 수입브랜드와 국내 고가브랜드 제품은 최하위로 내려앉았다.
국산 중저가 브랜드로 이번 평가 대상 중 최저가였던 이즈앤트리의 ‘히아루론산 토너’(60원=이하 ㎖당 가격)는 평가자 전원이 5개 제품 중 가장 뛰어난 제품으로 꼽았다. 최종평가는 5점 만점(이하 동일)에 5점이었다. 흡수력(1.5점)은 가장 떨어졌지만 영양감(4.7점)은 가장 뛰어난 것으로 평가받았다. 피부결 정돈력(3.0점), 보습력(3.2점), 지속력(3.2점)은 중간 수준으로 1차 종합평가(3.0점)에서 2위권이었다. 하지만 성분평가에서 반전이 일어났다. 평가자 전원에게 최고점을 받아 5.0점을 기록했다. 우선 성분이 매우 단출한 데다 ‘피부가 필요로 하는 성분만 넣겠다’고 약속한 브랜드답게 민감한 성분이 하나도 들어 있지 않았다. 가성비도 뛰어났던 이즈앤트리의 콧물스킨은 최종평가에서 1위로 올라섰다. 최윤정씨는 “수분에센스로 사용해도 좋을 만큼 보습감과 영양감이 뛰어났다”면서 “건성피부에 적극 추천하고 싶다”고 말했다. 단 흡수가 더뎌 끈적임이나 무거운 느낌을 싫어하는 이들이라면 불편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최씨는 덧붙였다.
2위는 일본의 중저가 브랜드 하다라보 ‘고쿠쥰 로션’(129원). 최종평점은 3.7점. 흡수력(2.0점)은 떨어지는 편이었으나 다른 항목은 우수했다. 피부결 정돈력(3.3점), 영양감(3.3점), 보습력(3.1점)은 중간 수준이었다. 지속력(3.7점)이 가장 뛰어난 것으로 인정받았던 이 제품은 1차 종합평가(3.5점)에서 1위 그룹에 들었다. 그러나 성분평가(2.8점)에서는 다소 뒤처졌다. 알레르기 유발 성분인 메틸파라벤이 앞쪽에 있어 감점요인이 됐다. 그래도 가성비가 좋은 하다라보 콧물스킨은 1위 그룹의 다른 제품을 따돌리고 최종평가에서 2위를 했다. 김정숙 교수는 “피부 보호막이 생긴 듯 보습력과 지속력이 좋아 환절기에 피부를 촉촉하게 만들어줄 수 있을 것”이라면서도 흡수력이 더딘 점과 성분을 아쉬운 점으로 꼽았다.
3위는 프랑스 브랜드 비오템의 ‘블루 테라피 코스메틱 워터 안티-에이징 리파이닝 로션’(496원). 최종평점은 2.3점. 흡수력(4.7점)은 가장 뛰어났지만 다른 항목은 처지는 편이었다. 피부결 정돈력(2.5점)은 4위권이었고 보습력(1.8점), 영양감(1.0점), 지속력(1.8점)은 가장 떨어졌다. 그 결과 1차 종합평가(1.5점)에서 최하위였다. 성분평가(2.5점)도 4위에 머물렀다. 보습효과가 있는 판테놀, 주름완화 기능이 있는 아데노신 등 기능성 성분은 인정받았으나 방부제인 페녹시에탄올과 향료 등 민감한 피부에 좋지 않은 성분이 들어 있었다. 최윤정씨는 “콧물스킨답지 않은 산뜻한 사용감이 특징”이라면서 “다른 제품과 비교했을 때 보습력은 떨어지지만 지성피부나 트러블 피부의 겨울철 스킨케어로 추천할 만한 제품”이라고 말했다.
세계적인 브랜드인 샤넬과 국내 최고 브랜드인 설화수의 콧물스킨은 동점으로 최하위에 머물렀다. 최종평점은 2.0점. 두 제품은 1차 종합평가까지 동점으로 1위 그룹을 형성했으나 다른 제품에 비해 문제성분이 다수 들어 있고, 가성비가 낮아 최종평가에서 추락했다. 설화수의 ‘자음수’(332원)는 피부결 정돈력(2.0점)이 가장 떨어지는 것으로 평가받았다. 흡수력(2.8점)과 지속력(2.8점)도 뒤처지는 편이었다. 그러나 영양감(3.5점)은 좋은 편이었고, 보습력(3.7점)은 최고점을 받아 1차 종합평가(3.5점)에서 1위 그룹에 합류했다. 하지만 성분평가(2.0점)에서 최하점을 받으면서 추락 조짐을 보였다. 녹차, 감초, 글리세린, 연꽃, 마치현 추출물, 꿀 등 보습을 통해 피부를 진정시키는 식물성분이 많이 함유됐고 보습에 좋은 판테놀 등 기능성 성분을 인정받았다. 그러나 자극적인 계면활성제인 피이지, 피피지 성분과 페녹시에탄올, 향료 등 주의해 할 성분이 여럿 들어 있었다. 변윤선 원장은 “보습력이 뛰어났지만 좋지 않은 성분이 들어 있어 안타깝다”고 평가했다.
샤넬 ‘르 리프트 페르므떼 리사쥬 로씨옹’(733원)은 영양감(2.5점)은 뒤처지는 편이었으나 흡수력(4.0점)과 지속력(3.5점)은 뛰어난 편이었다. 피부결 정돈력(4.2점)은 가장 좋은 것으로 평가받았다. 1차 종합평가(3.5점)에서 1위를 했으나 성분평가(2.7점)에서 주춤했다. 부틸렌글라이콜, 글리세린, 소듐하이알루로네이트, 토코페롤 등 피부 보습에 도움을 주는 성분들은 인정받았다. 하지만 방부제인 페녹시에탄올, 에탄올 등 문제성분이 앞쪽에 있는 데다 향료도 중간쯤에 있어 감점 요인이 됐다. 또 이번 평가 대상 중 최고가로 최저가의 12배 이상 비싼 샤넬 콧물스킨은 최종평가에서 최하위로 내려앉았다. 고진영 원장은 “묽은 제형으로 끈끈하지 않으면서 속을 채우는 보습감이 뛰어나고 지속력도 좋았지만 가성비가 너무 떨어져서 높은 점수를 주기 어렵다”고 말했다.
김혜림 선임기자 ms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