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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신촌세브란스병원, 사용기한 8개월 지난 수액 투여

서울 신촌세브란스병원에서 지난 19일 환자에게 투여한 수액 사진. 수액 겉면에 ‘사용기한 2018년 1월 22일’이 표시돼 있다. 독자 제공


상급종합병원인 서울 신촌세브란스병원이 환자에게 사용기한이 8개월 지난 수액을 투여한 것으로 27일 확인됐다. 환자는 매스꺼움 등 이상 증세를 호소했지만 병원은 “부작용이 확인되면 후속조치를 하겠다”고만 대응한 것으로 알려졌다. 병원이 의약품 사용기한을 어겨도 처벌이 불가능한 현행법 때문에 수년째 같은 문제가 반복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신촌세브란스병원에 따르면 지난 19일 이 병원은 십자인대 핀제거 수술을 받은 지모(32)씨에게 사용기한이 지난 1월 22일까지인 기초수액을 약 9시간 투여했다. 지씨는 수술 이후 고혈압과 매스꺼움 증상이 계속되자 직접 수액 사용기한을 확인하고 의료진에게 알렸다. 수액 투여가 시작된 낮 12시50분부터 지씨 스스로 투여를 중단한 오후 10시까지 의료진 중 아무도 이 사실을 알아채지 못했다.

문제가 불거진 뒤에도 병원 측은 소극적 대응으로 일관했다. 의료진은 지씨가 항의하자 뒤늦게 수액을 교체하고 구두로 사과했다. 이후 매스꺼움을 완화시키는 약품을 제공하고 문제된 수액의 비용을 면제했을 뿐 다른 조치는 없었다. 현재 병원은 수액으로 인한 부작용이 확인되면 후속조치를 논의하겠다는 입장이다.

병원 관계자는 국민일보와 통화에서 “관리상 부주의로 보고 정확한 경위를 파악하고 있다”며 “아직까지 다른 수액에서는 이상이 발견되지 않았고, 만약 환자의 몸에 문제가 발생하면 그때 보상 등을 논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보건당국은 사실관계가 확인되면 시정명령을 내리겠다는 입장이지만 현행법상 처벌은 불가능하다. 의료법에 따르면 사용기한이 지난 의약품을 투여한 것만으로는 의료기관을 처벌할 수 없다. 의약품으로 인한 부작용이 입증돼야 처벌 가능한데 인과관계를 증명하기가 쉽지 않다. 재발 방지를 위해 법 개정 등 정부 차원의 제재 규정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지금으로서는 이런 문제가 발생해도 병원이 보건소에 신고할 의무도 없고, 보건소도 시정명령 외에는 다른 조치를 내릴 권한이 없다”며 “피해 환자들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처벌 규정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지금은 문제가 생겨도 병원이 책임져야 하는 부분이 한정적이다 보니 의약품 관리에 소홀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때문에 병원이 의약품 사용기한을 어기고도 불이익을 받지 않고 넘어가는 사례가 수년째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난달에는 경기도 고양 한 병원에서 사용기한이 3개월 지난 포도당 수액을 2세 여아에게 처방해 논란이 됐다. 2016년에는 전남 목포에서 한 대형병원이 환자에게 사용기한을 넘긴 수액을 투여한 사실이 드러나자 목포시 보건소가 병원급 이상 의료기관을 대상으로 전면 점검에 나선 바 있다.

이재연 방극렬 기자 jayle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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