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르면 내년 2학기부터 서울에서 아이돌 가수처럼 머리를 노랗게 물들이고 ‘뽀글 파마’를 한 중·고등학생을 쉽게 찾아 볼 수 있을 전망이다. 서울시교육청이 염색, 파마까지 허용하는 ‘완전한 두발 자유화’를 선언하면서다. 학생들이 두발 자유화를 외친 지 20여년 만이다. 다만 과도한 헤어스타일까지 허용해선 안 된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27일 서울 종로구 교육청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서울 시내 중·고교 708곳에 ‘서울 학생 두발 자유화 선언’ 공문을 발송했다”고 밝혔다. 해당 선언은 학교가 학생 두발의 길이, 염색, 파마 등에 대해 일절 간섭하지 않을 것을 권유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조 교육감은 “두발 상태를 결정하는 것은 자기결정권의 영역으로 보장받아야 한다”며 “현재 학생 두발에 제한 규정을 두고 있는 학교들은 내년 상반기까지 설문조사, 토론회 등 구성원 의견수렴과정을 거쳐 규정 개정 절차를 진행해주길 바란다”고 했다.
교육청은 두발 자유화 선언이 강제성이 없는 만큼 지속적으로 학교를 설득한다는 방침이다. 관련법에 따르면 학생의 복장은 학교의 장이 학생, 학부모, 교원의 의견을 듣고 결정한다. 송재범 교육청 민주시민교육과장은 “공론화 이후에도 두발 자유화가 이뤄지지 않는 학교에 대해선 충분한 시간을 두고 계속 설득하고 지도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두발 자유화를 향한 목소리는 1990년대부터 나오기 시작해 2000년대 들어 본격화됐다. 2000년엔 이른바 ‘노컷운동’이라는 두발규제 반대 서명 운동이 벌어졌다. 학생들은 여러 시위에 나와 “자율성을 침해하는 두발·복장 제한은 과거 일제 강점기의 잔재”라고 성토했다. 이에 국가인권위원회는 2005년 “두발 자유는 학생의 기본권이므로 두발 단속은 교육 목적상 최소한 범위에서 이뤄져야 한다”고 권고했다.
현재 두발 자유화는 어느 정도 진전된 상태다. 교육청에 따르면 서울 중·고교 중 두발 길이를 자유화한 곳 비중은 84%, 파마·염색까지 완전 자유화한 학교는 40%에 달한다. 두발 길이 규제가 없는 송파구 배명고 재학생 김모(17)군은 “머리 길이가 자유롭다고 해서 우리학교 학생이 다른 학교 학생보다 단정하지 못하거나 예의가 없지 않다”며 “학생 인권을 침해하면서 두발 상태를 제한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같은 학교에 다니는 임모(17)군은 “규제를 두면 반항심리 때문에 오히려 더 머리에 신경 쓴다”고 덧붙였다.
반면 염색·파마까지 허용하는 ‘완전 자유화’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동대문구의 한 고교 교사 박모(27)씨는 “청소년 사이엔 특정 연예인을 모방하려는 분위기가 있다. 머리스타일을 자유롭게 풀어주다 보면 문신, 피어싱 등 더 심한 치장까지 하게 돼 학교 풍속을 해치는 결과를 낳을 것”이라고 했다. 동작구의 한 중등 교사 홍모(28)씨는 “학생이 ‘학생’이라는 정체성을 스스로 느끼게 하기 위해선 외면을 통제할 필요가 있기 때문에 두발 길이만 자유화하는 게 낫다”고 말했다.
서울시교원단체총연합회는 발표문을 내고 “두발 자유화 선언의 취지는 공감하나 명백한 학교자율권 침해”라며 “겉으로는 학교 자율을 강조하지만 강제성이 포함돼 있다”고 비판했다.
안규영 기자 ky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