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박5일간 이어진 문재인 대통령의 미국 방문은 교착상태였던 북·미 협상에 반전의 계기를 마련했다는 평가가 많다. 문 대통령은 한·미 정상회담을 통해 한반도 비핵화에 대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메시지를 미국에 전달했고, 2차 북·미 정상회담의 물꼬를 텄다. 또 종전선언 이슈를 수면 위로 끌어올려 국제적인 논의의 장을 열었다.
관건은 북·미 양자의 대화 재개 여부다. 다음 달로 예정된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의 방북 이후 외교 여정에서 북·미 양자가 문 대통령의 중재에 발맞춰 각각 실질적인 비핵화 구상과 이에 따른 상응조치를 내놓을지 주목된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27일 문 대통령의 방미에 대해 “동력을 상실해가던 북·미 간 대화를 정상궤도로 복원시켰다는 게 가장 중요한 성과”라고 강조했다. 이어 “문 대통령은 남북 정상회담을 통해 김 위원장과 비핵화의 실질적 진전에 대한 허심탄회한 대화를 나눴다”며 “그 메시지를 미국에 전달해 비핵화 방식에 대한 구체적인 논의가 비로소 시작됐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지난 24일(현지시간) 한·미 정상회담 모두발언에서 “머지않아 김 위원장과 2차 정상회담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6·12 싱가포르 정상회담 이후 북·미는 각각 신뢰할 만한 비핵화 조치와 종전선언을 요구하며 충돌해 왔는데, 문 대통령이 이를 중재해 다시 대화의 장을 마련한 것이다. 지난 5월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과의 회담 취소를 발표한 직후 문 대통령이 판문점에서 김 위원장을 만나 북·미 갈등을 해소한 것과 비슷한 형국이다.
문 대통령이 국제무대에서 종전선언을 공론화했다는 점도 큰 성과 중 하나다. 문 대통령은 25일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남·북·미 사이) 빠른 시기에 종전선언이 이뤄지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공감대가 대체로 (형성)됐다”고 밝혔다. 북·미가 서로 선결조치로 내세웠던 사안들에 대해 어느 정도 의견접근을 봤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문 대통령은 유엔총회 기조연설에서도 “한반도는 65년 동안 정전 상황으로, 전쟁 종식은 매우 절실하다”며 종전선언의 필요성을 거듭 피력했다. 또 미국 측에는 언제든지 종전선언을 취소할 수 있다는 것을 강조해 트럼프 대통령의 부담을 덜어주면서 비핵화를 위한 현실적 조치라는 점을 부각시켰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이 회담 직후 제재 완화 등 구체적인 상응조치를 언급하지 않은 채 선(先)비핵화 방침을 재확인한 점은 한계로 꼽힌다. 이에 따라 폼페이오 장관의 방북과 2차 북·미 정상회담, 이르면 연내 이뤄질 서울 남북 정상회담 사이에서 문 대통령의 중재자 역할이 더욱 커질 전망이다.
청와대는 문 대통령이 한·미 정상회담 결과를 공유하기 위해 김 위원장과 핫라인 통화를 하거나 추가로 특사를 보낼 가능성에 대해서는 일축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리용호 북한 외무상이 유엔총회에서 폼페이오 장관과 만났다”며 “남측이 지금 당장 북쪽에 메시지를 전달할 상황은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박세환 기자 foryo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