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만나 트럼프 메시지 전할 듯… 트럼프 “김과 사랑에 빠졌다” 강조
종전선언 北에 주면 협상 탄력 예상… 또 양보 요구해 협상 장기화 분석도
미국은 리용호 북한 외무상의 유엔총회 기조연설에 대해 신중한 입장을 유지했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친서 외교’로 대화 분위기가 싹튼 시점에서 리 외무상이 예상보다 강한 내용의 연설을 했지만 북한이 북·미 대화의 틀을 깰 생각은 없는 것으로 보고 있다.
북한은 리 외무상의 연설을 통해 종전선언과 대북 제재 완화를 원하고 있음을 공개적으로 밝혔다. 미국은 10월 초로 예상되는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부 장관의 4차 방북에서 대답을 전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폼페이오 장관의 평양행 결과는 향후 북·미 비핵화 협상의 성패를 좌우할 중대 분수령이 된 것이다.
미 국무부 관계자는 29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최종적이고 완전하게 검증된 비핵화(FFVD)’와 북한의 밝은 미래를 만들어가는 것과 관련해 여러 약속을 했다”며 “우리는 이 모든 약속을 이행하는 것에 대해 북한과 대화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원론적인 답변을 통해 신중한 입장을 피력한 것이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여전히 들뜬 마음을 감추지 않았다. 그는 11월 중간선거를 겨냥해 웨스트버지니아주에서 진행한 공화당 지원유세에서 “나는 거칠게 나갔고, 김정은 위원장도 마찬가지였다”면서 “주거니 받거니 하다가 우리는 사랑에 빠졌다(We fell in love)”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친서를 거론하며 “그는 나에게 아름다운 편지를 보냈다. 멋진 편지들이었다”며 “그리고 우리는 사랑에 빠졌다”고 반복했다. 그는 미국 내의 북·미 협상 회의론을 의식한 듯 “나는 아무것도 포기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제 시선은 폼페이오 장관의 평양 담판에 집중된다. 폼페이오 장관이 평양에서 북한의 핵 신고와 미국의 종전선언을 교환하는 ‘비핵화 빅딜’을 이뤄낼지 여부가 최대 관심사다. 폼페이오 장관은 김 위원장을 만나 트럼프 대통령의 메시지를 전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까지 기류를 보면 폼페이오 장관의 평양행에 긍정론이 더 우세하다. CBS방송은 북·미가 평양에서 종전선언 카드를 협상 테이블에 올릴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폼페이오 장관이 이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비핵화에 대한 ‘진짜 진전(real progress)’이 진행되고 있다”고 말한 것도 의미심장한 대목이다. 트럼프 행정부가 종전선언이라는 선물을 북한에 줄 경우 비핵화 협상은 엄청난 가속이 붙을 것으로 전망된다. 2차 북·미 정상회담도 이른 시일 내에 열릴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협상이 장기화될 것이라는 분석도 없지 않다. 북·미가 상대방의 양보를 서로 요구하면서도 뻣뻣하게 나설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또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의 비핵화 시한에 대해 “시간 싸움을 하고 싶지 않다”고 말한 것도 장기전을 시사한 발언이라는 주장이 나온다. 미국 언론들은 리 외무상이 “북한이 일방적으로 먼저 핵무장을 해제하는 일은 절대로 있을 수 없다”고 말한 내용을 비중 있게 다뤘다. AP통신은 “북한이 미국의 신뢰 구축과 제재 완화를 요구하고 나섰다”고 보도했다.
워싱턴=하윤해 특파원 justic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