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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섬마을 교회에 울려퍼진 가을밤 ‘클래식 선율’

㈔인천음악협회 소속 금관앙상블이 지난 27일 인천 옹진군 이작교회에서 열린 ‘이작교회 창립 35주년 기념 찾아가는 섬 음악회’에서 연주하고 있다. 대이작도=강민석 선임기자
 
인천 옹진군 이작교회. 대이작도=강민석 선임기자


썰물 때 드러났다 밀물 때 사라지는 모래섬 ‘풀등’으로 유명한 인천 옹진군의 대이작도. 150여 가구 200여명이 사는 작은 섬마을에 지난 27일 특별한 손님이 찾아왔다. 이날 오후 이작교회(박승로 목사)에서 있을 ‘이작교회 창립 35주년 기념 찾아가는 섬 음악회’에서 공연할 ㈔인천음악협회 음악가 및 관계자들이다. 육지에서 배로 1시간30분 거리, 변변한 문화시설을 찾기 힘든 이곳에 클래식 음악회가 열린다는 소식에 주민들은 공연 1시간여 전부터 교회를 찾았다. 공연 시간인 7시30분에 다다르자 66㎡(20평) 규모의 교회가 60여명의 주민들로 가득 찼다. 등록교인 26명의 3배 가까운 인원이 공연에 온 셈이다.

색소폰 앙상블의 연주로 문을 연 공연은 시 낭송, 메조소프라노와 바리톤 및 금관앙상블의 공연 순으로 진행됐다. 출연진은 관객과의 거리감을 줄이기 위해 곡과 악기에 대한 해설을 먼저 한 뒤 공연을 시작했다. 바리톤 권용만은 “이탈리아 나폴리는 우리로 치면 군산 같은 항구도시인데 다음에 부를 곡이 나폴리 민요”라며 “바다를 늘 접하니 잘 아시겠지만 폭풍우 지나고 뜨는 태양이 제일 빛난다. 폭풍 뒤엔 눈부신 해가 뜬다는 걸 잊지 말자는 게 곡의 주된 내용”이라고 설명한 뒤 ‘오 솔레 미오(오 나의 태양)’를 불렀다.

비교적 작은 공간에서 이뤄지는 공연인 만큼 무대와 객석의 거리는 가까웠다. 출연진은 무대와 관객석을 넘나들며 공연을 펼쳤고 주민들도 적극 호응했다. 순서마다 앙코르 요청이 잇따라 공연 시간이 당초 예정보다 30분 넘게 길어질 정도였다.
 


초등학생 두 자녀와 음악회에 온 이주연(41)씨는 “섬에서 경험하기 쉽지 않은 공연이었다. 특히 음악가를 가까이 보며 감상할 수 있었던 게 인상적”이라며 “연주 전 악기와 곡에 대한 설명이 곁들여져 자녀들의 음악 교육에도 효과적이었다”고 말했다. 이곳 토박이인 마을 이장 강태무(57)씨는 “정통 클래식 공연은 마을에서 처음이라 관심이 저조할까 걱정했는데 기우였다”며 “교회는 안 다니지만 최근 교회가 지역에 좋은 일을 여럿 해서 주목하고 있었다.
 


즐겁고 행복한 시간을 선물한 박승로 목사와 이작교회 성도들에게 감사드린다”고 전했다. 교회 집사로 이날 주민들에게 일일이 간식을 제공한 장순실(55)씨는 “평소 교회에서 못 보던 이웃도 여럿 찾아와 반가웠다”며 “공연을 돕는 게 힘들긴 했지만 교회가 지역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는 걸 보니 마음이 뭉클하다. 내년에 또 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미국에서 10여년간 이민목회를 하다 지난해 이작교회 담임으로 부임한 박 목사는 음악회를 앞두고 주민들을 대상으로 한 홍보활동에 발 벗고 나섰다. 성도들 역시 출연진과 주민들에게 여러 편의를 제공하며 원활한 진행에 힘을 보탰다. 그는 “여러 예술가들의 재능기부로 이번 자리가 만들어졌고 교회 성도들이 잘 대응을 해줬기에 격조 높은 음악회를 제공할 수 있었다”며 “오늘 공연이 문화 혜택을 누리기 힘든 섬 주민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됐길 바란다”고 말했다. 또 “지역사회와 소통하며 이곳의 필요를 알고 대접하는 것은 교회의 주된 역할 중 하나”라며 “하나님 나라 확장뿐 아니라 이작도 역사에 좋은 전환점을 제공하는 교회가 되도록 성도들과 함께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대이작도=양민경 기자 grie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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