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최신형 공격용 헬기에 탑승해 헬멧까지 착용하며 강군(强軍) 건설을 역설했다. 미·중 무역전쟁에 이어 군사갈등까지 고조되는 상황에서 미국과 힘의 대결에서 밀리지 않겠다는 의지 표현이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특히 중국은 해군력 강화를 위해 최근 군함을 크게 늘리고, 극초음속 무기 개발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30일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에 따르면 시 주석은 지난 27일 육군 제79집단군을 방문해 훈련 상황을 보고받고 각종 무기들을 둘러봤다. 시 주석은 중국이 자체 개발한 최신형 공격용 헬기 ‘즈(直)-10’ 조종석에 앉아 전투 헬멧을 쓰고 기관총 등 무기를 조작해 보기도 했다. 또 비행장 관제탑에 직접 올라가 실전처럼 진행된 각종 전술훈련 장면을 지켜봤다. 인민일보가 1면에 시 주석에 헬기 조종석에 앉아 군 관계자의 설명을 듣는 장면을 게재하는 등 관영매체들이 이 사진을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시 주석은 부사단장급 이상 간부들을 접견한 자리에서 “군은 당의 강군 사상을 철저히 실천하고 개혁을 통한 강군, 과학기술에 의한 강군, 법치에 의한 강군을 만들어야 한다”면서 “실전 대비를 철저히 하고, 병사들의 전투 훈련을 강화해 싸워서 이기는 능력을 끌어올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79집단군은 중국 인민해방군 북부전구 소속으로 랴오닝성을 관할하며 유사시 한반도에 투입되는 임무를 맡는 것으로 알려졌다.
시 주석의 행보는 공업 및 농업지역 등을 둘러보는 동북 3성 시찰 과정에서 이뤄진 것으로, 미국에 군사력을 과시하는 측면도 있어 보인다. 최근 미국 전략폭격기 B-52가 남중국해에서 훈련을 하고 중국 정부가 미 군함의 홍콩 입항을 거부하는 등 미·중 군사갈등이 격화되는 상황이다.
중국은 미국 해군력에 맞서기 위해 지난 1년간 각종 군함 25척을 늘렸다고 홍콩 명보가 최근 보도했다. 중국군은 1년간 원양보급선 1척, 강습상륙함 2척, 미사일구축함과 호위함 20척을 차례로 취역시켰다. 또 첫 국산 항공모함 002호와 1만t급 055형 미사일구축함 등을 포함하면 해군력 증강속도가 놀랍다고 신문은 지적했다. 중국 해군은 1년간 최소 1만명 이상을 증원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중국은 또 기존 방공망을 무력화할 극초음속 무기 개발에도 주력하고 있다. 중국 과학자들은 지난 21일 중국 서북부 고비사막 위성발사센터에서 3개 극초음속 무기 모델의 비행 실험을 했다. 극초음속 무기는 마하5(시속 6120㎞)의 속도로 1시간 이내에 지구상의 모든 곳을 타격할 수 있다. 이번에 시험한 3개 모델은 목표물 타격 직전에 속도를 늦추고 목표물의 위치를 더욱 정확하게 파악한 후 궤도를 수정하는 ‘정밀 타격’ 능력까지 갖춘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이 지난달 시험한 ‘싱쿵-2’ 극초음속 활공체는 타격 속도가 마하6(시속 7344㎞)에 달해 기존 방공망을 완전히 무력화시킬 수 있다는 평가도 나왔다.
베이징=노석철 특파원 schr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