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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석 “배우라면 현실에 관심 가져야… 몽상이 아니라” [인터뷰]

영화 ‘암수살인’에서 집념 어린 형사를 연기한 배우 김윤석. 그는 “진한 커피처럼 여운이 오래가는 작품이어서 만족스럽다.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메시지가 인상 깊다”고 말했다. 쇼박스 제공
 
영화의 제목 ‘암수살인’은 범죄가 발생했지만 피해자 시체도, 신고도, 수사도 없어 세상에 알려지지 않은 살인사건을 말한다. 사진은 살인범 역의 주지훈(오른쪽)과 함께한 김윤석의 극 중 모습. 쇼박스 제공




출장 안마소를 운영하는 전직 형사(‘추격자’), 인간미 넘치는 시골 형사(‘거북이 달린다’), 미신에 기대어 수사를 펼치는 형사(‘극비수사’)…. 이쯤 되면 이골이 날 법도 하다. 한데, 배우 김윤석(50)은 또 형사 역할을 택했다. ‘대체 왜?’ 그의 대답은 명쾌했다.

“이런 형사가 꼭 한번은 나와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두뇌로 사건을 추리하고, 남다른 근성과 절제력으로 범인과 대치하죠. 어릴 적 즐겨봤던 ‘형사 콜롬보’처럼요. 그동안 연기했던 캐릭터들과는 분명 달랐습니다. 내가 그리 만나고 싶었던 시나리오가 왔구나 싶었죠.”

오는 3일 개봉하는 실화 바탕의 영화 ‘암수살인’(감독 김태균)에서 김윤석은 집념과 소명의식으로 가득 찬 형사 김형민을 연기했다. “내가 죽인 사람은 총 7명”이라는 살인범 강태오(주지훈)의 추가 자백을 듣고 치밀하게 증거를 모아 사건의 퍼즐을 맞춰가는 인물이다.

최근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만난 김윤석은 “수사물에는 어쩔 수 없는 상투적인 클리셰가 있지 않나. 정의로운 주인공이 악전고투하다 승리하는 구조에 통쾌한 액션이 가미된다”면서 “그런 영웅담보다 밀도 높은 심리전으로 승부하는 작품에 대한 목마름이 있었다”고 말했다.

김윤석은 유독 후배 배우와의 합이 좋은 편이다. ‘추격자’ ‘황해’의 하정우, ‘전우치’ ‘검은 사제들’의 강동원, ‘완득이’의 유아인, ‘화이: 괴물이 삼킨 아이’의 여진구까지. “카메라 앞에서는 선후배라는 게 없어요. 배역과 배역으로 만나 서로 에너지를 주고받는 거죠.”

이번엔 주지훈과 함께였다. 김윤석이 깔아놓은 묵직한 흐름 위에 주지훈은 물 만난 듯한 광기를 펼쳐냈다. “사석에서도 호감을 주는 후배였는데 현장에서 보니 더 좋더군요. 역할에 몰입해 서로 감정을 공유하는 순간이 너무 좋았죠. 후배에게도 분명 배우는 게 있어요.”

김윤석이 연기해 온 캐릭터들에는 얼마간 공통점이 엿보인다. 강직한 신념으로 하나의 목표를 향해 질주한다는 점에서 그렇다. 그는 “스스로 불구덩이로 들어가 오롯이 홀로 파괴되는 캐릭터가 주는 매력이 있다. 운명에 순응하기보다 도전하는 편이 극적이지 않나”라고 했다.

그의 작품관은 점차 확고해진다. “작품을 좀 더 정확하게 만들어야겠단 생각이 들어요. 군더더기를 걷어내고 본질에 가까워져야 하죠. 과욕을 부려 굳이 필요 없는 걸 집어넣으면 불순물이 되는 거예요. 본질을 놓치면 제대로 된 작품이 나오긴 어려워요.”

김윤석은 감독 데뷔를 앞두고 있다. 연출 데뷔작 ‘미성년’ 후반작업에 한창인데, ‘암수살인’을 알리는 데 방해가 될까 염려된다며 자세한 언급은 피했다. 영역이 확장됐을지언정, 배우로서의 열정에는 변함이 없다.

“항상 다른 시각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이야기를 기대합니다. 그래야 영화가 더 다양해지고 발전하지 않을까요. 아마 모든 배우들이 그런 목마름을 갖고 있을 겁니다. 세상에 관심을 갖고 함께 살아가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현실을 사는 거요. 몽상이 아니라.”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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