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 및 대학 시절 성폭행 의혹을 받고 있는 브렛 캐버노 연방대법관 지명자의 인준 전망이 지극히 불투명하다. 미국 정계는 물론이고 일반 여론까지 캐버노 지명자의 인준을 둘러싸고 둘로 갈라졌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캐버노 카드를 밀어붙일 태세다. 트럼프 대통령은 29일(현지시간) 웨스트버지니아주에서 열린 중간선거 공화당 지원 유세에서 캐버노의 낙마를 주장하는 민주당을 겨냥해 “비열하고 추잡한 일을 벌이고 있다”고 비난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기자들에게 “예비계획은 없다”고도 했다. 캐버노 지명 철회나 인준 무산을 고려하지 않고 있다는 의미다.
그러나 상황은 트럼프 대통령의 뜻과 다르게 흘러가고 있다. 캐버노 지명자의 인준 절차는 연방수사국(FBI)의 추가 조사로 중단됐다. 공화당 상원 지도부의 요청을 받아들인 트럼프 대통령은 28일 “1주일 이내에 완료돼야 한다”는 조건을 달고 추가 조사를 지시했다. 그러면서도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에 “캐버노는 언젠가 진정으로 위대한 미국 대법관으로 인정받을 것”이라는 글을 올렸다.
캐버노 지명자의 인준안은 상원 법사위에서 가결돼 1차 관문은 넘어섰다. 공화당 11석, 민주당 10석인 상원 법사위에서 찬성 11표와 반대 10표가 나왔다. 당론에 따라 투표가 이뤄진 것이다. 그러나 FBI의 추가 조사로 마지막 관문인 상원 전체투표는 1주일가량 늦춰졌다. 현재 상원 의석은 공화당 51석, 민주당 47석, 민주당 성향 무소속 2석이어서 인준 통과를 장담하기 힘든 상황이다.
또 캐버노 성추문 의혹의 두 번째 여성인 데버라 라미레스가 FBI의 추가 조사에 협조하기로 했다. 첫 피해 여성인 크리스틴 포드 팔로알토대 교수는 27일 열린 상원 법사위 청문회에 출석해 “가장 뇌리에서 잊히지 않는 기억은 캐버노와 (그의 친구) 저지가 서로 낄낄거리던 웃음소리”라며 “캐버노의 성폭력이 내 인생을 철저하게 바꿔놨다”고 말했다. 캐버노는 결백을 주장했다.
워싱턴=하윤해 특파원 justic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