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오키나와현 지사 선거에서 미군기지에 반대해 온 다마키 데니(58·사진)가 당선됐다. 무소속이지만 입헌민주당 등 야권의 지지를 받은 다마키는 30일 선거에서 55%를 득표, 집권 자민당 지지를 받은 무소속 사키마 아쓰시를 여유 있게 물리쳤다. 이에 따라 오키나와현 내 후텐마비행장을 나고시(市) 헤노코로의 이전을 추진해 온 아베 신조 정권과 갈등이 불가피할 예정이다.
다마키 당선자는 1일 아사히신문 인터뷰에서 “오키나와현 주민들은 아베 정권에 분명히 ‘노(No)’라고 말했다”면서 “미군기지를 오키나와현 밖으로 이전시키라는 고(故) 오나가 다케시 전 지사의 뜻을 이어나가겠다”고 밝혔다.
탤런트 겸 라디오 DJ 출신인 다마키 당선자는 미국계 혼혈이다. 아버지는 오키나와현에 주둔했던 미 해병대였지만 그가 한 번도 만난 적은 없다. 본명은 다마키 야스히로다. 데니는 어릴 때 이름인 ‘데니스’의 애칭이다. 2002년 오키나와현에서 역대 최다 득표로 시의원이 되며 정치에 입문한 그는 2009년부터 지금까지 의회 중의원으로 활동해 왔다.
아베 총리는 이날 기자들에게 “오키나와 선거 결과를 진지하게 받아들인다. 오키나와의 발전과 미군기지 부담 경감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답했다. 하지만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은 “후텐마 기지의 헤노코 이전이라는 정부 방침에는 변화가 없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오키나와현은 일본 전체 면적의 0.6%에 불과하지만 주일 미군시설의 70.6%가 몰려있다. 일본과 미국은 1990년대 들어 후텐마 인근에서 군용기 사고가 잇따르고 미군의 성폭행 범죄 등에 대한 주민 반발이 거세지자 비행장을 헤노코로 이전하기로 96년 합의했다. 하지만 주민들은 미군기지를 오키나와현 밖으로 완전히 옮길 것을 요구하고 있다.
중앙정부가 지난 8월 헤노코 인근을 매립하는 등 건설작업을 시작했지만, 오나가 전 지사가 과거 오키나와 지방정부의 공사 계획 승인을 철회하면서 갈등이 격화되고 있다. 다만 지방정부의 돈줄인 국고 보조금을 중앙정부가 움켜쥔 상황에서 다마키 당선자가 계속 반대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