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브렉시트)가 6개월 앞으로 다가오면서 프랑스 파리가 런던을 대체할 유럽의 금융 허브로 떠오르고 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3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런던에 유럽 거점을 두고 있던 글로벌 대형은행과 자산운용사들은 하나둘 파리로 옮길 채비를 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FT에 따르면 블랙록과 JP모건체이스는 뱅크오브아메리카(BOA)와 시티그룹에 이어 EU 사업본부를 파리로 옮기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BOA는 이미 파리 중심가에 1000명 규모의 사무실을 마련하고 런던에 거주하던 고위임원 3명을 파리로 발령 내는 등 이전 준비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BOA와 라이벌 관계인 JP모건체이스도 공식 발표는 아직 하지 않았지만 역시 파리 이전에 관심을 두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브렉시트 이후 런던을 대신할 유로존 금융 중심지가 어디가 될지 최근까지 초미의 관심사였다. 한때 독일 프랑크푸르트와 아일랜드 더블린이 유력 후보로 떠올랐지만 지금은 파리가 승기를 잡아가는 분위기다. 세율이 낮고 금융 관련 전문인력을 구하기 쉽다는 점이 우위로 꼽혀서다. 인건비도 영국과 비슷한 수준이다. 프랑스 금융 당국의 높은 전문성도 핵심 요인 중 하나다. 한 대형 투자은행 대표는 FT에 “업계 사람들에게 물어본다면 대부분은 1순위로 파리를 꼽을 것”이라고 말했다.
자산운용사들은 은행보다 앞서 파리행을 서두르고 있다. 자산운용사를 고객으로 둔 은행들도 이들을 따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대형 투자회사와 소규모 헤지펀드 등 약 70개 자산운용사가 현재 파리 사업을 위한 인허가 절차를 밟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로 꼽히는 블랙록은 유럽 본사를 파리에 두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이 계획이 실현되면 블랙록의 파리 직원은 1년 뒤 6배로 불어나 200∼300명 선이 될 전망이다. 블랙록은 런던을 대신할 유라시아 지역 사업 거점으로 파리를 선택하겠다고 공표한 바 있다.
이외에 모건스탠리는 파리 직원을 80명 더 고용할 계획이다. 골드만삭스는 프랑스를 중심으로 유럽 대륙 전역에 걸쳐 직원 수를 현재의 배로 늘리겠다고 밝혔다. 프랑스에서 이미 대규모 사업을 하고 있는 HSBC는 런던 직원 약 1000명을 프랑스로 옮기는 중이다. 로비단체 파리유로플레이스는 브렉시트 덕분에 파리에서 약 3500개의 금융 관련 일자리가 창출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조성은 기자 jse13080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