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사회에서 한국인의 행복도 순위가 뒷걸음질치고 있다. 다른 나라보다 높은 소득 수준, 우수한 주거·교육 환경을 누리고 있는데도 전반적 삶에 대한 만족도는 뒤처진다. 한국보다 국내총생산(GDP)이 낮은 나라의 국민보다 행복도가 떨어지는 것이다. ‘일과 삶의 균형’ ‘신뢰로 뭉친 공동체’ 등 그동안 경제지표에 밀려 한국 사회가 신경 쓰지 못했던 행복의 다양한 요소를 챙겨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여전히 한국 사회에서 행복은 ‘재력’ 또는 ‘돈’과 같은 말로 여겨진다. 통계청이 1일 발간한 ‘KOSTAT 통계플러스 2018년 가을호’에 수록된 ‘우리는 얼마나 행복할까?’ 논문을 보면 월평균 소득 100만원 미만인 저소득 가구의 삶에 대한 만족도(10점 만점)는 5.49점에 그쳤다. 반면 500만원 이상 가구는 6.42점으로 0.93점 높았다.
가구주의 연령에 따라 나눠 봐도 같은 현상이 나타난다. 소득이 400만원을 넘는 가구주는 50대까지 삶에 대한 만족도가 점점 증가했다. 이와 달리 100만원이 되지 않는 가구주의 만족도는 급격히 하락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만큼 경제적 안정에서 비롯되는 만족감이 행복에 많은 영향을 미친다는 얘기다. 통계청 관계자는 “경제적 수준이 주거 환경이나 직업, 교육 수준 만족도와도 연결되기 때문에 소득은 행복의 중요한 요소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다른 나라와 비교하면 돈과 행복 사이의 등식에 균열이 생긴다. 경제 성장에 집중한 결과 한국의 1인당 GDP는 세계 28위(2011년 기준)에 오를 정도로 빠르게 성장했다. 이에 따라 한국인이 느끼는 행복의 크기나 정도도 커져야 한다. 그런데 한국인의 삶에 대한 만족도는 57위에 불과하다.
이 간극은 왜 생긴 것일까. 논문을 작성한 통계개발원 심수진 사무관은 “경제력 외에도 행복을 좌우하는 다양한 요소들이 있는데, 한국은 비슷한 경제력을 지닌 국가에 비해 대부분 요소에서 뒤진다”고 설명했다. 유엔이 발간한 ‘2018 세계 행복보고서’를 보면 한국의 사회적 관계 만족 지수는 95위에 불과하다. 선택의 자유에 대한 만족 여부를 뜻하는 자율성 부문은 139위로 최하위권이다. 한국인은 사회·경제적 부패도 심각하다고 인식(126위)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사회의 질적 수준을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설동훈 전북대 사회학과 교수는 “지나친 경쟁 사회에서 탈피하려는 노력이 우선돼야 한다”고 봤다. 설 교수는 “경쟁의 효율성을 강조해 경제적 만족도는 나아졌겠지만 반대급부로 사회적 관계망은 얕아지고, 경쟁 자체가 공정하지 않다고 느끼는 불만족도를 높였다”며 “경제지표 외에도 다양한 행복의 요소들을 챙겨볼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세종=정현수 기자 jukebox@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