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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버노 파문, 美 11월 중간선거 ‘태풍의 눈’으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일(현지시간)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열린 미국·멕시코·캐나다협정(USMCA) 기자회견에서 손가락으로 머리를 가리키고 있다. 그는 여기자의 질문에 “당신이 생각이 없다는 것을 안다”고 말해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AP뉴시스


브렛 캐버노 연방대법관 지명자의 고교·대학 시절 성폭행 의혹이 11월 6일 미국 중간선거의 초대형 변수로 떠올랐다. 공화당에 상·하원을 모두 빼앗긴 민주당은 캐버노 의혹으로 여성과 젊은층이 공화당에 등을 돌렸다며 최소한 하원은 되찾아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공화당은 캐버노 지명자에 대한 민주당의 저열한 공세로 공화당 지지자들이 결집해 상·하원 수성이 가능하다고 반박하는 상황이다.

미 NBC방송은 1일(현지시간) 캐버노 논란이 11월 중간선거에 미칠 영향을 집중 분석했다. 캐버노 논란은 지금 미국의 모든 이슈를 빨아들이는 블랙홀이다. 시청률 조사기업인 닐슨은 20%에 가까운 미국 가정이 지난달 27일 캐버노 지명자의 성추문 의혹을 다루기 위해 열린 상원 법사위 청문회 생중계를 지켜봤다고 밝혔다. 구글은 트렌드 조사를 통해 캐버노 논란이 다른 뉴스들을 잠식하는 이슈가 됐다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캐버노 논란이 호재로 작용할 것이라는 기대감을 감추지 않고 있다. 민주당의 온라인 모금 사이트인 ‘액트 블루’는 청문회 다음 날 소액 후원자들이 1000만 달러를 기부했다고 밝혔다. 이는 이 사이트가 생긴 2004년 이후 하루 기준으로 최고 모금액이다.

공화당 의원들의 약점도 민주당의 공격 포인트다. 버지니아주가 지역구인 공화당의 바버라 콤스톡 연방 하원의원은 ‘미투(MeToo) 운동’의 적극적인 지지자이지만 캐버노 지명자와 가까운 탓에 이번 논란에 침묵을 지키고 있다. 민주당은 콤스톡 의원의 지역구 탈환을 자신하고 있다.

민주당 전략가인 제스 매킨토시는 “캐버노 논란은 여성들에게 일어날 수 있는 최악의 사건”이라며 “이는 당신의 고교 시절 강간범에게 낙태권을 결정할 수 있는 권한을 주는 것과 같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공화당의 판단은 정반대다. 공화당은 청문회에서 캐버노 지명자가 의혹들을 반박한 증언이 공화당 지지자들을 결집시켰으며 정치에 상대적으로 무관심했던 친공화당 유권자들을 움직이기 시작했다고 분석했다.

공화당의 여론조사 전문가인 글렌 볼거는 “민주당이 지금 지지율 이상을 얻기는 힘들 것”이라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공화당에 대한 분노 표심이 이미 여론조사에 반영돼 있다”고 설명했다. 민주당 지지율은 확장성이 없다는 주장이다.

캐버노 이슈가 논란의 핵으로 부상한 데는 미투운동의 여파와 트럼프 대통령의 여성 차별적 행보가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열린 미국·멕시코·캐나다 무역협정 타결 기자회견에서 캐버노 지명자에 대한 질문을 받고 “플랜B에 대해선 말하고 싶지 않다”고 밝혔다. 캐버노 지명자의 인준을 밀어붙이겠다는 의미다. 트럼프 대통령은 기자회견에서 ABC방송의 여기자에게 “나는 당신이 생각이 없다는 것을 안다”며 “(당신은) 항상 생각을 안 한다”고 말해 비난을 자초하기도 했다.

워싱턴=하윤해 특파원 justic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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