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 술라웨시섬을 강타한 지진과 쓰나미로 인한 사망자 수가 2일 1234명으로 공식 집계됐다고 현지 재난 당국이 발표했다.
인도네시아 국가재난방지청(BNPB)에 따르면 전날 844명이었던 사망자 수는 이날 400명 가까이 늘어났다. 현지 언론은 이미 희생자가 수천명에 달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은 바 있다.
희생자 중에는 어린이들도 적지 않다. 팔루 외곽의 한 교회에선 어린이 34명이 무더기로 숨진 채 발견됐다고 AFP통신이 보도했다. 이들은 교회 성경학교에 참석했다가 함께 참변을 당했다. 인도네시아 적십자사가 성경학교 참석자가 86명이었다고 밝힘에 따라 희생자는 더 늘어날 전망이다.
CNN방송은 쓰나미 속에 가까스로 살아남은 10대 소녀 푸테리 프라티위의 사연을 전했다. 푸테리는 사촌과 함께 오토바이를 타고 집으로 돌아가다가 지진으로 오토바이에서 굴러떨어졌다. 두 사람에게 곧 쓰나미가 닥쳐왔다. 푸테리는 기둥을 붙잡고 파도를 견뎌 살아남았지만 사촌은 3일 뒤 사망한 채 발견됐다.
살아남은 어린이들도 고통을 받는다. 가족을 잃은 아이들은 약탈과 질병의 위험이 도사린 거리로 내몰린다. 자선단체 세이브더칠드런 관계자는 BBC방송 인터뷰에서 “많은 어린이들이 상상할 수도 없는 정신적 충격과 고통을 경험을 할 것”이라며 “음식과 의약품, 정서적 지원을 거의 받지 못한 채 임시쉼터나 길거리에서 잠들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경찰은 구조작업 지원만으로도 허덕이고 있다. 오히려 약탈자와 시민을 가리지 않고 마구잡이로 총기를 사용하며 혼란을 더했다. 사라 와티(20)는 약탈자들이 은행 현금인출기를 부수는 모습을 지켜보다가 경찰이 쏜 총에 다리를 다쳤다. 그는 뉴욕타임스 인터뷰에서 “경찰이 허공에 한 발을 쏜 후 약탈자와 구경꾼을 향해 또 여러 발을 쏴 해산시켰다”고 말했다.
유엔인도지원조정국(OCHA)은 어린이와 노인에 대한 지원이 절실하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번 지진으로 1000곳 이상의 학교가 피해를 입어 어린이들이 정상적인 삶으로 돌아가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이택현 기자 alle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