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가 9월 평양공동선언과 북·미 대화 재개를 계기로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 재개에 시동을 걸고 있다. 청와대는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의 방북, 2차 북·미 정상회담을 거치면 재개를 위한 모멘텀이 마련될 것으로 보고 두 사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합의한 평양선언에는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 정상화가 명시돼 있다. 양 정상이 두 사안을 선두에 세워 남북 관계 개선 및 경제협력 재개를 타진하기로 합의한 것으로 해석된다. 남북 관계가 불가역적으로 발전한다면 북·미 관계도 어느 정도 따라올 수밖에 없다는 상황인식에 따른 것이다. 문 대통령은 지난달 20일 평양 방문 후 가진 대국민 보고에서 “북·미 대화가 순탄하지만은 않고, 북·미 대화의 진전이 남북 관계 발전과 긴밀히 연계된다는 사실에 북한도 인식을 같이했다”며 북한이 북·미 대화 중재 요청을 한 배경을 설명한 바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3일 “두 사안 재개 문제는 한·미동맹과 관련된 것이자 한편으로는 우리 주체적인 판단의 문제”라고 말했다. 이어 “미국의 세컨더리 보이콧(북한과 거래하는 제3자 제재) 적용 여부는 판결문처럼 명확히 정해진 것이 아니다”며 “미국과 긴밀히 협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 재개 문제를 지금 시점에서 언급하는 것은 매우 이르다”며 향후 북·미 대화 진행 경과를 지켜봐야 한다는 뜻을 밝혔다.
두 사안은 모두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와 무관하게 과거 우리 정부가 단독으로 중단을 결정했다. 하지만 이후 시행된 미국의 독자 대북 제재인 세컨더리 보이콧 적용을 받을 가능성 때문에 정부가 독자적으로 해제를 결정하기 어려운 상황이 됐다.
지난 8월 북한산 석탄 국내 반입 사건 당시에도 세컨더리 보이콧 적용 가능성이 제기됐다. 하지만 미국이 “한국을 신뢰한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정부가 해당 업체를 처벌하는 선에서 마무리될 가능성이 높다. 다른 관계자는 “현재 북핵 관련 외교는 모두 정상들이 직접 나서는 ‘톱다운’ 방식으로 이뤄지고 있다”며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 재개 문제도 정무적으로 해결할 가능성이 없지는 않다”고 말했다. 청와대는 국제사회의 대북 제제 및 미국의 세컨더리 보이콧에 해당되지 않으면서도 두 사안을 모두 재개할 수 있는 시나리오를 다각도로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폼페이오 장관의 방북은 본격적인 재개 타이밍을 잡기 위한 분수령이다. 폼페이오 장관이 추가적인 비핵화 확약을 받은 뒤 2차 북·미 정상회담 일정에 합의하고 온다면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 재개도 탄력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별다른 성과 없이 돌아온다면 당장 비핵화 협상부터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하는 상황에 놓인다.
외교 소식통은 “일단 폼페이오 장관의 방북이 확정된 만큼 사전 실무 조율은 80% 정도 된 것으로 보인다”며 “최근 남북 관계가 나홀로 속도를 낸 상황에서 북·미 대화가 본궤도에 오른다면 비핵화 전망도 밝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지만 북·미 대화가 속도를 내기 전에 남북이 예민한 문제를 앞서 다룬다면 한·미동맹에 균열이 갈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문 대통령이 평양에 이어 곧바로 미국으로 찾아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만난 것도 그런 문제를 방지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강준구 기자 eye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