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갑자기 경영 일선 퇴진을 선언한 중국 알리바바그룹의 마윈(사진) 회장이 회사 지배권도 실질적으로 포기한 것으로 전해졌다. 마 회장의 갑작스러운 은퇴 발표에 이어 그룹 지배권까지 포기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그의 은퇴를 둘러싼 음모설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3일 파이낸셜타임스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마 회장은 그룹을 실질적으로 지배해온 알리바바의 가변이익실체(VIE·Variable Interest Entities) 소유권을 포기했다. VIE는 해당 기업의 지분과 관계없이 계약을 통해 경영권을 행사하는 법인으로, 1990년대 말부터 중국 기업들의 해외자본 유치를 위해 활용돼 왔다. 알리바바그룹의 VIE는 알리바바의 중국 내 운영 허가권과 본토의 일부 자산을 보유한 것으로 전해졌다.
알리바바는 지난 7월 중국 금융 당국에 VIE를 재조정하겠다는 서류를 제출하면서 마 회장의 VIE 소유권 포기 서류도 낸 것으로 전해졌다. 마 회장은 지난달 10일 성명을 통해 내년 9월 알리바바 설립 20주년 기념일에 사퇴하고 교육과 자선자업에 전념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 집권 후 시작된 장쩌민 전 국가주석 계파 숙청 과정에서 마 회장도 한통속으로 분류돼 유탄을 맞은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2014년 9월 뉴욕증권거래소에 상장한 알리바바 주주에 장 전 주석의 손자 장즈청, 류윈산 정치국 상무위원의 아들 류러페이, 원자바오 전 총리의 아들 원윈쑹 등 장 전 주석 계열 인사들이 대거 포함됐다. 일각에선 마 회장이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의 대주주여서 ‘미운털’이 박혔을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SCMP는 중국 정부에 비판적인 보도로 정평이 나 있다.
베이징=노석철 특파원 schr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