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세대 공정 전환 실패가 수요에 대응 못해” 지적도
CPU 값 최근 25% 급등, 노트북 등 PC 가격도 올라
“장기적으로는 반도체 업계엔 호재” 관측
전 세계적으로 중앙처리장치(CPU) 대란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세계 최대 CPU 제조사인 인텔에서 CPU 공급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당장 PC 가격이 상승하고 있는 가운데 국내 반도체 업계에 미칠 영향에 대해 업계는 촉각을 세우고 있다.
인텔의 최고재무관리자(CFO)이면서 임시 최고경영자(CEO)인 밥 스완은 지난달 28일 공개서한을 통해 “게임 수요 등으로 2011년 이후 최초로 PC 시장이 성장할 것으로 예측된다”며 “인텔의 CPU 공급량이 매우 빠듯하다”고 밝혔다. 그간 CPU 가격이 오르자 공급이 부족한 것 아니냐는 소문이 파다했는데 이를 인텔이 공식 인정한 것이다.
인텔은 PC 수요 증가를 CPU 공급 부족의 원인으로 거론했다. 그러나 업계는 인텔이 공정 전환에 실패해 수요를 맞추지 못하는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올해 차세대 공정을 도입한다는 인텔의 계획이 내년으로 지연되면서 수요에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는 관측이다.
국내외 CPU 가격은 최근 급격하게 올랐다. 3일 온라인 쇼핑 포털 다나와에 따르면 지난달 4일 36만7200원이던 인텔 CPU 가격이 2일에는 45만9800원으로 상승했다. 한 달도 지나지 않아 25.2%(9만2600원)가 급등한 것이다. 코어i7 8700 제품 최저가 기준이다. PC 핵심 부품인 CPU의 가격이 상승하면서 노트북 등 PC 가격도 오르는 추세다.
PC 출하가 줄어들 것으로 전망되면서 메모리 반도체 시장도 덩달아 CPU 대란의 영향권에 들어간 분위기다.
IT 전문 시장조사업체인 D램익스체인지는 최근 보고서에서 “인텔의 CPU 공급 부족 현상으로 올해 노트북 출하량 전망치를 하향조정할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CPU 부족으로 PC 출하량이 줄어들면 PC를 구성하는 또 다른 부품인 D램과 낸드플래시 등 메모리 제품의 수요도 줄게 된다.
이와 관련해 D램익스체인지는 “당초 올해 4분기에 PC용 D램 가격이 전 분기보다 2% 하락할 것으로 전망했으나 최근 상황으로 미뤄 예상보다 낙폭이 더 커질 수도 있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다만 인텔의 주장대로 CPU 부족 현상이 PC 수요 급증에 따른 것이라면 장기적으로는 반도체 업계에 호재가 될 수 있다는 기대도 나온다. NH투자증권의 도현우 연구원은 “의외의 PC 수요 개선이 계속된다면 PC 메모리 역시 공급 부족이 일어날 가능성도 있다”면서 “내년에도 메모리 업체들의 D램 부분 이익이 증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일각에서는 인텔의 경쟁사인 AMD를 대체재로 주목하기도 한다. 업계 관계자는 “AMD 부품을 쓰기 위해서는 기존 인텔 기반의 메인보드 등 다른 부품을 함께 바꿔야 한다”면서 “당장 AMD 중심으로 제품 라인업을 바꾸기는 어렵겠지만 CPU 부족이 장기화된다면 결국 AMD로 눈을 돌리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유성열 기자 nukuv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