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살부터 수십년간 매년 20만∼500만불 증여받아
유령회사 통해 증여 숨겨 내야할 세금 10%만 내”
트럼프 “기사 97% 허위”
“100만달러로 자수성가” 트럼프 주장 거짓 가능성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부동산 재벌인 아버지 프레드 트럼프로부터 4억 달러가 넘는 막대한 재산을 물려받으며 각종 세금 탈루를 저질렀다고 뉴욕타임스(NYT)가 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의혹이 사실로 판명되면 아버지에게서 빌린 종잣돈 100만 달러로 자수성가했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평소 주장은 거짓이 된다. 트럼프 대통령 측은 의혹을 전면 부인했지만 뉴욕 세무 당국은 진상 조사에 착수했다.
NYT의 탐사보도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유아 시절부터 중년에 접어들 때까지 수십년간 현재 가치로 최소 4억1300만 달러(약 4625억원)를 아버지로부터 증여받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3살 때부터 매년 20만 달러를 받아 8살 때 백만장자 반열에 올랐다. 17살 때는 52가구 규모 아파트의 건물주가 됐다. 대학 졸업 이후에는 매년 100만 달러씩 받았다. 증여금은 매년 조금씩 증가해 40, 50대에는 500만 달러에 달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거액을 받으면서도 증여세는 거의 내지 않았다고 NYT는 주장했다. 트럼프 가문이 유령회사를 설립해 재산 증여 사실을 숨겼다는 것이다. 이 회사는 표면적으로는 프레드 소유 건물에 보일러와 청소용품 등 각종 장비를 공급하는 목적으로 설립됐다. 하지만 이런 거래는 전혀 이뤄지지 않았으며 트럼프 대통령과 형제자매에게 세금 납부 없이 거액을 건네는 통로로 사용됐다. 트럼프 가문은 세금 탈루를 위해 부동산 가액을 의도적으로 낮추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과 형제자매는 아버지 프레드 사망 직전인 1997년 11월 부모 소유 부동산 대부분을 4140만 달러에 인수했다고 신고했다. NYT 분석에 따르면 이 금액은 실제 가치의 16분의 1에 불과하다.
이런 수법으로 트럼프 대통령과 형제자매는 부모로부터 총 10억 달러 이상의 자산을 물려받았다. 당시 증여세 및 상속세율을 적용하면 이 중 55%인 5억5000만 달러를 세금으로 내야 한다. 하지만 트럼프 가문이 납부한 세금은 5220만 달러로, 내야 할 세금의 10%에 불과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동안 아버지로부터 사업자금으로 단 100만 달러만 빌렸고 원금과 이자까지 모두 갚았다고 주장해 왔다. 트럼프 대통령이 ‘자수성가 억만장자’ ‘천재 협상가’ 이미지를 발판삼아 명성을 쌓고 대통령 자리까지 오른 점을 미뤄볼 때 상당한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NYT는 보도 내용이 트럼프 가문 업체의 내부 비밀문건을 포함한 자료 10만쪽과 당시 관계자 인터뷰에 근거를 두고 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 변호인인 찰스 하더는 “NYT 보도는 100% 허위이며 상당한 명예훼손에 해당한다”고 반박했다. 하지만 뉴욕주 세무금융부는 “NYT가 제기한 의혹을 검토하고 있으며 모든 합당한 조사 방안을 적극적으로 강구하겠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3일 트위터에 “망해가는 NYT의 보도와 관련해 나는 전혀 아는 바가 없다”면서 “기사 내용의 97%가 허위”라고 주장했다.
조성은 기자 jse13080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