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日서 아베 만난 후 7일 평양서 김정은 면담
비핵화 협상 중대 분수령 당일 서울로 와 결과 공유
‘무역 분쟁’ 中 방문도 관심… 비건 동행, 북핵 무대 데뷔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부 장관이 10월 6일부터 8일까지 북한 비핵화 문제의 운명을 결정할 3일간의 동북아시아 방문 여정에 나선다. 비핵화 및 종전선언 로드맵의 향배를 가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담판은 7일 반나절 동안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번 방문에는 지난 8월 지명된 스티븐 비건 대북정책 특별대표가 처음 동행한다. 비건 특별대표로서는 북핵 무대 데뷔전이다. 미국의 외교수장과 대북정책 실무 컨트롤타워가 평양을 함께 방문해 북·미 협상에 나서는 것이다. 지난 7월 3차 방북 때 김 위원장을 만나지 못해 ‘빈손 외교’ 비판을 받았던 폼페이오 장관은 이번 4차 방북에서는 김 위원장 면담을 사전에 확답을 받고 평양을 찾는다.

헤더 나워트 국무부 대변인은 2일(현지시간) 국무부 정례 브리핑에서 폼페이오 장관의 일본과 북한 한국 중국 방문 계획을 발표했다. 나워트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장관이 김정은 위원장을 만날 것(the Secretary will meet with Chairman Kim Jong Un)”이라고 못박았다.

폼페이오 장관은 우선 6일 일본에서 아베 신조 총리와 고노 다로 외무상을 만난다. 북·일 정상회담을 줄곧 희망해온 아베 총리와 비핵화 및 일본인 납치자 문제 등을 두루 협의할 것으로 보인다. 대북 제재에 대한 지속적인 동참도 요청할 방침이다.

7일 오전에는 이번 동북아 순방의 최대 하이라이트인 평양행에 나선다. 폼페이오 장관의 김 위원장 면담은 북·미 비핵화 협상이 앞으로 어떤 식으로 나아갈지 판가름지을 수 있는 터닝포인트다. 북한의 핵 신고와 미국의 종전선언 합의라는 ‘비핵화 빅딜’ 성사 여부도 이 면담 결과에 달려 있다. 폼페이오 장관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친서도 김 위원장에게 전달할 가능성이 높다.

트럼프 대통령이 “비핵화 시간표는 없다”고 거듭 공언한 만큼 폼페이오 장관은 김 위원장 면담에서 비핵화 일정보다는 완전한 신고와 검증, 사찰 쪽에 초점을 맞출 것으로 예상된다. 2차 북·미 정상회담 날짜와 장소도 논의될 예정이다. 비건 특별대표는 최선희 외무성 부상과 오스트리아 빈에서 진행될 비핵화 세부 조치 실무협상 관련 협의를 진행할 것으로 예상된다.

폼페이오 장관은 평양 방문 일정이 끝나면 곧바로 이동해 7일 저녁 전용기로 서울에 도착한다. 8일 오전엔 문재인 대통령을 예방하고 김 위원장 면담 결과를 공유할 예정이다. 폼페이오 장관은 특히 문 대통령에게 김 위원장의 의중을 전달하고 한반도 비핵화와 종전선언, 평화체제 구축 방안을 심도 있게 논의할 것으로 예상된다. 문재인정부가 추진 중인 남북 협력사업에 대한 미국의 입장을 전달할 가능성도 있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과의 면담도 예정돼 있다.

폼페이오 장관은 오후에는 베이징을 방문해 방북 결과를 전달하고, 무역 문제 등 양국 현안 등을 두루 논의한다. 폼페이오 장관은 북한과 중국은 건너뛰고 일본과 한국에서 각각 1박을 하는 일정을 짰다. 미·중 관계가 무역 분쟁에 이어 군사 갈등까지 벌어지는 상황에서 이뤄지는 폼페이오 장관의 중국 방문에 더욱 관심이 쏠린다. 하지만 베이징 회동은 차가운 분위기에서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

국무부는 브리핑에서 폼페이오 장관과 남북 및 일본 정상의 면담 일정은 소개했지만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 이름은 뺐다. 나워트 대변인은 “폼페이오 장관이 베이징에서 카운터파트를 만날 것”이라고 말하면서도 왕이 외교부장 실명은 거론하지 않았다. 중국에 대한 불만을 우회적으로 표현한 것 아니냐는 관측도 있다.

워싱턴=하윤해 특파원 justic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