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대 직장인 남성 A씨는 최근 간암 진단을 받았다. 이미 전이가 진행되어 수술로 절제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의사의 말에 하늘이 무너지는 기분이 들었다. 앞으로 겪게 될 치료에 대한 두려움과 함께, 한참 직장생활을 해야 하는 나이의 가장으로서 아내와 자녀들이 걱정되기 시작했다. 뿐만 아니라 수입도 줄어들텐데 ‘기둥 뽑는 수준’의 치료비용까지 부담해야 한다고 생각하니 간암 외에도 또 하나의 ‘재난’이 덮쳐오는 것처럼 느껴졌다.
간에서 발생하는 원발성 간암을 ‘간세포암’이라고 하는데 전체 간암의 약 90% 이상을 차지한다. 그래서 간세포암을 편의상 간암으로 지칭하는 경우가 많다. 국가암정보센터에 따르면 2015년 국내 간암 발생률은 인구 10만명당 남성은 29.5명, 여성은 8.2명으로, 미국, 일본보다 많은 수준이다. 간암 5년 생존율의 경우 국내는 약 33.6%로 전체 암 중 6위에 머무른다. 특히 간암은 사회·경제적 활동이 활발한 40세 이후부터 발생률이 급격히 증가하고, 사망률도 40∼50대에서 가장 높은 암으로 알려져 있다. 즉 간암은 환자 개인은 물론 사회적으로도 부담이 큰 질환이다.
모든 암이 그렇듯이 간암 또한 조기에 진단될 경우 예후가 좋다. 수술을 통해 간의 일부를 절제하거나 이식할 수도 있고, 암세포에 고주파를 발생시켜 열로 암세포를 태워 제거하는 고주파열치료법 등의 방법을 사용해도 85∼90%의 높은 수준의 완치율을 보인다. 혈관을 통해 종양에 항암제를 주입하고 주변 혈관을 차단하는 경동맥화학색전술도 치료 성과가 좋다. 하지만 간은 ‘침묵의 장기’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을 정도로 증상이 늦게 나타나기 때문에 최초 간암 진단 시 초기로 진단 받는 비율은 낮은 편이다. 대한간학회 및 국립암센터의 ‘2014 간세포암 진료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2004∼2009년 간세포암을 처음 진단 받은 국내 환자 중 1기는 8.9%, 2기 29.6%, 3기 24.8%, 4a기 23.1%, 4b기 13.6%로 나타났다. 초기에 간암을 진단을 받지 못해 수술로 절제가 불가능할 경우에는 사용가능한 치료방법이 급격하게 줄어든다. 심지어 지난 10년간 국내에서 절제가 불가능한 간암에 첫 치료로 사용 가능한 1차 치료제는 단 1개뿐이었다. 다행히 최근 새로운 치료제가 기존 치료제와의 비교 임상시험을 통해 절제 불가능한 간암에 대해 1차 치료제로서 승인 받았다. 우리나라 뿐 아니라 미국, 유럽, 중국 등 주요 국가에서도 간세포암에 대한 1차 치료제로 승인되며 주목을 받고 있다.
하지만 아직 신약에 대한 보험이 적용되지 않아 환자들이 신약을 1차 치료에 사용하기에는 경제적 부담이 크다는 한계가 있다. 여기에 최근 간암 2차 치료제로 급여 적용된 또 다른 치료제가 환자들에게는 ‘반쪽자리 희망’이라는 지적도 있다. 기존 치료제를 1차로 사용했던 환자들은 2차 치료제 사용 시 급여가 적용되지만, 새로운 1차 치료제를 사용한 경우 2차 치료제에 대한 급여가 적용되지 않기 때문이다. ‘재난적’인 육체적·심리적·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환자 입장에서 치료제 선택에 제한을 받게 되는 현실이 아쉬운 것은 사실이다. 간암 환자들이 간암 치료 전 과정에서 효과와 안전성을 고려해 치료 효과를 최대한 얻을 수 있는 약제를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도록 보장성 강화에 대한 요구가 커지고 있다.
조민규 쿠키뉴스 기자 kioo@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