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세계보건기구(WHO)의 발표에 따르면 일본의 우울증 환자는 506만명으로 인구의 약 4%를 차지하며, 10년 사이에 18%나 급증했다고 한다. 그러나 일본도 한국과 마찬가지로 우울증 증상이 있어도 의사를 찾는 사람은 극히 드물고, 우울증에 대한 피상적 지식들이 난립해 환자들을 더욱 혼란스럽게 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무엇보다 우울증 환자에 대한 세상의 편견이 병을 더욱 키우는 요인이 되기도 한다. 그런데 우리는 과연 우울증에 대해 얼마나 정확히 알고 있을까.
‘우울증 9단’은 우울증에 대한 우리의 무지를 직간접적으로 지적한다. 저자인 센자키 마나부는 일반적으로 우리가 우울증 환자에 대해 갖고 있는 생각과는 정반대의 이미지를 가지고 있는 사람이다. 그는 천재 장기기사일 뿐 아니라, 문장가에 사교적인 성격으로도 유명하다. 그런데 그가 2017년 7월 우울증 진단을 받고 바로 게이오대 병원에 입원하면서 1년 가까이 투병 생활을 하게 된다.
이 책은 한 사람의 우울증 발병에서 회복까지의 과정을 면밀히 보여줌으로써 우리가 가지고 있던 편견을 다시금 곱씹게 한다. 특히 저자가 우울증이 시작된 시기를 상세히 묘사한 부분을 보면 우리가 쉽게 지나치기 쉬운 순간들이 우울증과 깊은 관련을 맺고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극심한 피로감’ ‘머리 회전의 둔화’ ‘불안감’ ‘수면부족’ 등 그냥 무심히 넘겨왔던 나와 주변 사람들의 상태가 우울증의 시작일 수도 있다는 것이다.
나고야=유혜림 통신원(나고야 상과대학 조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