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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마당-염성덕] 폴더인사



유치원생들은 배꼽인사부터 배운다. 양손을 포개서 배꼽 부근에 대고 허리를 깊이 숙여 인사한다. 무릎을 꺾거나 머리를 너무 많이 숙이는 바람에 고꾸라질 것처럼 위태롭게 보일 때도 있다. 부모는 배꼽인사를 보고 자녀가 이만큼 컸구나, 대견해한다. 대학 연극학과 신입생들도 배꼽인사를 한다. 군기의 세기를 짐작할 수 있다.

항공사 승무원들의 인사법은 남다르다. 고개를 너무 숙이지도 않고 덜 숙이지도 않는다. 꼭 필요한 만큼만 고개를 숙이지만 절도와 품위가 있다. ‘갑질’ 인사들은 사과할 때 머리를 조아린다. 그렇다고 진심으로 사과한다고 보지 않는다. 위기를 모면하려고 마지못해 허리를 꺾었다고 생각한다. 그들은 그렇게 살았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북한 주민을 향해 90도로 인사하는 모습이 카메라에 잡혔다. 문 대통령은 평양 방문 기간 동안 여러 차례 허리를 숙여 인사했다. 언론은 ‘폴더인사’라고 보도했다. 국가의 주인이 국민임을 일깨웠다는 반응과 독재체제에 길들여진 북한 주민에게 상당히 생소했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김정은 국무위원장도 최근 창립 70주년을 맞이한 평양 김책공업종합대학을 방문해 교수들에게 허리를 굽혀 인사했다. 퍽 낯선 장면이었다.

일부에서는 김 위원장이 문 대통령의 폴더인사를 보고 ‘90도 인사’를 했을 것으로 추측했다. 하지만 이 추측은 틀렸다. 김 위원장은 지난 1월 신년사를 발표할 때와 7월 전국노병대회 때도 고개를 숙였다고 한다. 김 위원장이 진정으로 굶주린 인민들을 위해 봉사하겠다는 자세로 고개를 숙였는지는 알 수 없다.

비핵화 협상이 순조롭게 진행되면 김 위원장은 올해 안에 서울을 방문할 것이다. 김 위원장이 문 대통령처럼 연도에서 폴더인사를 할 수 있을까. 보수 진영의 반발 기류를 감안할 때 김 위원장은 전용차에서 도로로 내리지 않을 공산이 크다. 서울 정상회담을 마치고 공동 기자회견을 할 때 인사할 기회는 있을 것이다. 과연 김 위원장이 깍듯하게 보일 정도로 머리를 숙여 인사를 할까.

염성덕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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