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과 허구 오묘한 조합… 리얼 드라마·시트콤 뜬다

연예인의 삶 일부를 이야기에 곁들여 생생함을 더한 드라마들. ‘빅 포레스트’(위 사진)와 ‘YG전자’. CJ ENM·넷플릭스 제공


개그맨 신동엽이 사채업자에게 쫓긴다. 사업 실패에 파산, 그리고 음주운전까지…. 톱스타에서 한순간에 나락으로 떨어진 그는 잠적을 택했다. 그곳은 중국동포들이 많이 살고 있는 서울 영등포구 대림동. 돈을 빌리기 위해 절친했던 동료 김구라에게 전화를 걸어보지만, 돈 얘기가 나오자마자 말을 돌리다 전화를 끊는다. 작은 유흥주점에서 사회를 보는 일도 녹록지 않다. 전성기 때의 방송을 돌려보며 재기를 꿈꾸는 신동엽. 그에게도 한줄기 빛이 찾아올까.

지난달 7일 첫 방송을 한 tvN 블랙코미디 드라마 ‘빅 포레스트’의 줄거리다. ‘대림(大林)’을 영어로 표현한 ‘빅 포레스트’는 몰락한 연예인인 신동엽과 풋내기 사채업자 정상훈이 대림동에 함께 살면서 좌충우돌하는 이야기를 에피소드 형식으로 풀어낸다. 시청률이 높은 편은 아니지만 데뷔 27년 만에 첫 정극에 도전한 신동엽의 감칠맛 나는 연기와 개성 있는 스토리가 잘 어우러지면서 시청자들의 호평을 얻고 있다.

개그맨 신동엽은 진짜지만, 그가 빚을 지고 사채업자에게 쫓기는 상황은 가짜다. 그가 대한민국 최고의 방송인으로 사랑받은 건 사실이지만, 물의를 일으켜 연예계에서 퇴출됐다는 설정은 진짜가 아니다. 현실에서 가져온 소재들을 바탕으로 가상의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현실에 발 담근’ 드라마들이 차례차례 선을 보이고 있다.

‘빅 포레스트’보다 리얼리티에 조금 더 무게중심을 둔 작품도 있다. 5일 넷플릭스에서 공개되는 ‘YG전자’가 그 주인공이다. ‘YG전자’는 기피 1순위 부서인 ‘YG전략자료본부’의 고문으로 좌천된 빅뱅의 승리가 YG엔터테인먼트를 살려내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내용을 그린 시트콤이다. ‘실제보다 리얼한 시트콤’을 내건 만큼 YG의 내밀한 속 이야기들이 다채롭게 펼쳐질 예정이다. 지누 이재진 유병재를 비롯해 블랙핑크 위너 아이콘 이하이 수현 방예담 등 YG 소속 아티스트들이 대거 등장한다.

연출은 Mnet ‘UV신드롬’(2010) ‘방송의적’(2013) ‘음악의신’(2016) 등을 통해 페이크 다큐 예능의 가능성을 보여 준 박준수 PD가 맡았다. 지난 1일 서울 종로구 JW메리어트 동대문 스퀘어에서 열린 ‘YG전자’ 비전선포식(제작발표회)에서 박 PD는 “영리한 승리를 속여 (생생한) 반응을 얻기 위해 제작진용 대본과 연기자용 대본을 따로 준비했다”며 “승리를 포함한 출연진들의 순수한 매력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승리도 “‘이렇게 얘기해도 되나’ 하는 내용들도 방송에 담겨 있다. 치밀한 리얼함을 뽑아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현실과 허구의 경계에 있는 작품들을 통해 드라마를 보는 즐거움과 ‘관찰’의 재미를 함께 얻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윤석진 드라마평론가는 “연예인의 실제 삶 일부를 에피소드의 소재로 사용하는 방식은 마치 그들의 생활을 관찰하고 있는 듯한 느낌을 준다”며 “극으로 재구성된 연예인들의 이야기를 통해 시청자는 기존의 드라마나 관찰예능과는 다른 신선한 재미를 경험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강경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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