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국내 5G 상용화 시점을 내년 3월에서 올해 12월로 3개월가량 앞당긴다. 미국 이동통신사들이 예상보다 빨리 5G 상용화를 추진하자 정부가 ‘세계 최초 5G’ 타이틀을 차지하기 위해 무리하게 일정을 앞당기려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2일 경기도 과천 정부청사에서 ‘5G 상용화 관련 스터디’를 열고 올해 12월 ‘5G 모바일 라우터(네트워크 중계장치·동글)’를 활용한 5G 상용화를 추진한다고 밝혔다. 12월은 이통사가 5G 주파수를 활용할 수 있는 가장 빠른 달이다. 다만 이때는 5G 통신망이 수도권 등 일부 지역에만 구축될 예정이라 이용자 대다수가 5G를 체감할 수 없다는 한계가 있다.
정부는 애초 일반 5G용 스마트폰을 통해 5G가 서비스되는 때를 상용화 시점으로 보고 5G용 스마트폰이 첫 출시되는 내년 3월을 상용화 시점으로 잡았었다. 하지만 모바일 라우터를 통해 5G에 접속하는 것도 상용화 범주 안에 든다며 상용화 시점을 앞당기는 쪽으로 방침을 바꿨다. 모바일 라우터는 스마트폰보다 구조가 단순해 당장 12월 보급에 어려움이 없다. 하지만 진정한 의미의 5G 상용화로 볼 수 없다는 주장도 있다.
전성배 과기정통부 기획조정실장은 “스마트폰이 아닌 모바일 라우터를 활용하더라도 이용자들은 자유롭게 움직이면서 5G를 이용할 수 있다”며 “모바일 라우터의 상용화 조건만 갖춰지면 (5G 상용화가) 12월에도 가능하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정부가 체감 효과가 크지 않은 데도 5G 상용화 시점을 앞당긴 건 미국에 세계최초 타이틀을 뺏기지 않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미국 이통사 버라이즌은 지난 1일 미국 일부 지역에서 ‘고정형’ 5G 서비스를 제공하며 자신들이 ‘세계 최초 5G’를 선언했다. 미국 AT&T도 올해 말 ‘5G 라우터’를 활용한 5G 상용화를 예고했다. 5G 라우터는 과기정통부가 말하는 5G 모바일 라우터와 비슷한 형태이지만 5G 제공 범위가 회사나 가정 등 한정된 곳에 국한된다.
한편 과기정통부는 이날 중국 통신장비업체 화웨이가 정부에 전파인증을 신청했다고 밝혔다. 업계는 “화웨이가 전파인증을 신청할 만큼 국내 5G 통신장비 공급을 자신하고 있다는 뜻”이라고 해석했다.
과천=오주환 기자 joh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