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가 총 20조원이 투입되는 신규 반도체 공장을 준공하고 미래 반도체 수요에 대한 선제 대응에 나섰다. 이는 반도체 굴기를 부르짖으며 대규모 투자에 나서는 중국에 맞서 기술력 격차를 더 벌리려는 전략으로도 풀이된다.
SK하이닉스는 메모리 반도체인 낸드플래시를 양산하는 새 공장 M15를 충북 청주에 짓고 4일 준공식을 개최했다. 낸드플래시는 전원이 꺼지면 저장된 데이터가 사라지는 D램이나 S램과 달리 전원이 꺼져도 저장된 정보가 사라지지 않는 메모리 반도체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문재인 대통령,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등 정·재계 인사 450여명이 참석한 준공식에서 환영사를 통해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혁신으로 4차 산업혁명의 핵심인 한국 반도체 경쟁력을 더욱 굳건히 유지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그는 “한때 해외 매각 대상으로 거론되던 적자 기업이 최첨단 생산시설을 갖춘 세계 반도체 리더로 자리매김하기까지 국가와 지역사회에 큰 빚을 져왔다고 생각한다”면서 “향후에도 기술 리더십을 확보하기 위해 투자를 계속할 것이며 고용 확대, 반도체 전문가 육성을 통해 국가 경제에 이바지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M15 공장의 면적은 축구장 8개 크기인 6만㎡에 달한다. 길이 339m에 폭 172m, 높이는 71m로 복층으로 구성된 클린룸에서 낸드플래시를 중점적으로 생산한다. 공장은 이르면 올 연말에 본격 가동된다.
그간 SK하이닉스의 사업 구조는 다른 메모리 반도체 종류인 D램 생산에 편중돼 있다는 지적을 받았다. SK하이닉스는 D램 시장에서는 글로벌 점유율이 삼성전자에 이어 2위지만 낸드플래시 시장에서는 5위 수준이다. 낸드플래시를 생산하는 이번 M15 공장 준공으로 SK하이닉스의 약점이 보완되고 낸드플래시 점유율도 올라갈 전망이다.
M15 공장 준공으로 막대한 경제·사회적 파급효과가 기대된다. 서울대 경제연구소는 2023년까지 21만8000명의 고용 창출 효과와 70조9000억원의 생산, 25조8000억원의 부가가치를 유발할 것으로 계산했다. M15는 건설 과정에만 160여개 협력사가 참여했고 연 인원 240만명의 인력이 투입됐다.
SK하이닉스 김정기 상무는 “빅데이터와 인공지능(AI), 5세대(5G) 이동통신, 자율주행자동차 등 4차 산업혁명의 확산과 함께 메모리 수요는 지속해서 성장할 것”이라며 “고객수요에 차질 없이 대응할 수 있도록 준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청주=유성열 기자 nukuv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