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 폼페이오(사진) 미국 국무부 장관은 3일(이하 현지시간) 비핵화 시한과 관련해 “우리는 비핵화를 빨리 이루고 싶지만 시간 게임(time game)은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국무부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북한 비핵화에 대해 “장기적인 문제”라고 밝혔다. 이번 발언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달 26일 뉴욕 기자회견에서 “(비핵화에) 2년이든 3년이든 5개월이 걸리든 문제가 되지 않는다”며 “시간 게임을 하고 싶지 않다”고 말한 것과 맥을 같이하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에 이어 폼페이오 장관까지 공개적으로 시간 게임을 하지 않겠다고 강조하고 나선 것은 정해진 시한 안에 비핵화를 달성하지 못할 경우 쏟아질 비판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한 포석으로 보인다. 또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장기전을 치르더라도 완전한 비핵화를 달성하겠다는 의지도 담겨 있다.
폼페이오 장관은 또 트럼프 대통령의 첫 임기인 2021년 1월 이내 비핵화를 완성한다는 시간표와 관련해 “그것은 내 발언이 아니다”며 “평양 남북 정상회담에서 두 정상 사이에서 이뤄진 언급을 내가 반복했던 것”이라고 발을 뺐다. 그는 이어 “남북 정상이 평양에 모여 2021년 (비핵화 스케줄)을 논의했고, 그들이 잠재적으로 합의할 준비가 돼 있는 시간표를 내가 단순히 반복했다”고 덧붙였다.
폼페이오 장관이 비핵화 장기전 방침을 시사함에 따라 2021년 1월 비핵화 시한은 사실상 폐기 수순을 밟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특히 2021년 1월 비핵화 시한은 2020년 11월 대선과 직결돼 있어 트럼프 대통령이 부담을 느낀 것으로 분석된다. 그 시한을 지키지 못했을 경우 민주당의 대대적인 공격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폼페이오 장관은 7일 평양을 방문해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만나는 데 대해 기대감을 나타냈다. 그는 “북·미 싱가포르 정상회담의 약속을 진전시킬 또 하나의 기회를 얻어 다시 (북한으로) 가게 돼 매우 기쁘다”고 말했다. 이어 “비핵화를 향한 길을 만들어나가는 노력을 이어가는 데 낙관적”이라고 강조했다. 또 자신의 4차 방북을 언급하며 “이번 주 내가 할 노력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북한에 이행을 촉구한 것(비핵화)을 달성하는 과정에 있어 한 걸음 더 진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종전선언 문제가 이번 방북에서 논의될지에 대해선 “나는 종전선언이든 다른 문제든 협상의 진전 상황과 관련해 언급하지 않겠다”고 말을 아꼈다.
그러나 폼페이오 장관이 2021년 비핵화 시한이 자신의 의사와 무관하다는 것을 강조하기 위해 평양 남북 정상회담의 내용을 끄집어낸 것은 외교적 결례라는 비판도 제기된다. 또 폼페이오 장관이 2021년 시한은 밝힌 적이 없다고 주장했지만, 그는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 직후인 지난 6월 14일 “트럼프 대통령의 첫 임기가 끝나기 전에 북한 비핵화의 주요 조치들이 이뤄지기를 희망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워싱턴=하윤해 특파원 justic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