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가시마 앤틀러스의 골키퍼 권순태는 3일 열린 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ACL) 4강 수원 삼성과의 1차전에서 문전에서 경합한 상대 공격수 임상협을 발로 차고 머리로 들이받았다. 임상협은 그라운드에 쓰러졌고 권순태는 옐로카드를 받았다. 권순태는 경기 후 “해서는 안 될 행동이었다”면서도 “팀을 위해서라면 필요한 일이었다”고 말했다. 특히 권순태는 “한국 팀에 절대 지고 싶지 않았다”고 발언한 것으로 알려져 한국팬의 공분을 자아냈다.
일본 클럽 소속 한국 선수의 폭력이어서 더욱 화제가 됐지만 아시아 최고 권위를 자랑하는 ACL 무대에서 이런 일은 적잖게 발생해왔다. 어찌보면 아시아 최강을 가리기위한 치열한 경쟁에서 나올 수 있는 부분이긴 하지만 일부 선수들의 도를 넘는 비매너와 폭력 행위는 팬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지난해 5월 제주 유나이티드 선수들은 ACL 16강 2차전에서 만난 우라와 레즈와 때아닌 추격전을 펼쳤다. 이날 제주가 0대 3으로 패하며 탈락이 확정됐는데 몇몇 우라와 선수가 패자를 조롱하는 듯한 세리머니를 선보였다. 이에 흥분한 제주 선수들이 달려들며 몸싸움이 일어났다. 술래잡기하듯 제주 선수들이 쫓고 우라와 선수가 도망치는 모습도 포착됐다. 폭스 스포츠 아시아는 “챔피언스리그에 먹칠한 추한 싸움”이라고 비판했다. 제주와 우라와 구단에게 각각 4만·2만 달러의 제재금이 부과됐다.
선수들을 자중시켜야 할 코치진끼리 싸우는 일도 있었다. 전북 현대와 알 아인 FC의 2016 ACL 결승 2차전에서는 박충균 전북 코치와 즐라트코 다리치 알 아인 감독이 동시에 퇴장당했다. 주심의 판정에 박 코치가 항의하자 다리치 감독이 전북 벤치로 다가와 삿대질을 한 것이다. 멱살잡이 직전까지 가는 충돌이 있었고 결승전의 품격은 떨어졌다.
대회 최악의 난투극은 2011년 10월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수원과 알 사드 SC의 4강 1차전에서 발생했다. 수원은 후반 37분에 선수가 다쳐 쓰러지자 치료를 위해 공을 내보냈다. 부상 등의 이유로 경기를 끊고 스로인을 할 경우 볼 소유권을 상대에 돌려주는 것이 축구계의 불문율이다. 그런데 알 사드는 스로인을 역습에 사용한 뒤 득점까지 했다. 흥분한 수원 선수와 코치진이 거칠게 항의했고 선수 간 주먹과 발차기가 오가며 피를 흘리는 부상자까지 나왔다. 관중까지 난입하며 아수라장이 됐다. 수원의 스테보와 고종수 코치, 알 사드의 압둘 카데르 케이타가 레드카드를 받았다.
방극렬 기자 extrem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