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동열 한국 야구대표팀 감독은 4일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야구 대표팀 선발 과정에서 어떤 불법행위도 없었다”고 말했다. 다만 이번 논란과 관련, 병역 문제에 대한 청년들의 마음을 헤아리지 못한 점에 대해서는 사과했다.

선 감독은 이날 서울 강남구 한국야구위원회(KBO) 사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아시안게임 대표팀 선발 과정을 설명하며 이같이 밝혔다.

논란은 야구 대표팀 선발 당시 오지환(LG 트윈스)과 박해민(삼성 라이온즈)이 명단에 포함되자 일어났다. 이들은 병역면제를 위해 나이가 들었음에도 군경팀 지원을 외면했다는 의혹을 받았고 대표팀이 이들의 병역혜택을 위해 꾸려졌다는 비난을 샀다. 대표팀이 아시안게임에서 주로 실업 야구 선수들로 구성된 대만에 패하고 일본에 고전하자 비판의 강도는 더욱 세졌다. 더욱이 일부 시민단체가 선 감독이 청탁을 받고 선수를 선발했다며 국민권익위원회에 신고하고 국회는 국정감사 증인으로 신청하면서 파문이 걷잡을 수 없이 확대됐다. 이런 상황에서 결국 선 감독은 온갖 의혹을 없애려 긴급 기자회견을 열게 된 것이다.

선 감독은 “그간의 지나친 신중함이 오히려 많은 의문을 갖게 만든 것 같다”고 언급하면서도 “선발 과정에서 어떤 청탁도, 불법 행위도 전혀 없었다”고 힘주어 말했다. 이어 “저와 대표팀에 대한 비방과 억측, 명예훼손은 자제돼야한다”면서 “특정 선수들에 대한 비난을 삼가해 달라”고 호소했다.

결백을 강조함과 동시에 사태가 이 지경까지 온데 대해서 사과했다. 선 감독은 “국민과 야구를 사랑하는 팬들, 특히 청년들의 마음을 제대로 헤아리지 못했다”면서 “병역 특례에 대한 시대적 비판에 둔감했다”고 말했다.

논란의 핵심이 된 오지환의 발탁 과정을 상세히 소개하기도 했다. 선 감독은 “유격수 포지션에서는 김하성(넥센 히어로즈)이 가장 좋은 선수였고 백업으로는 원래 멀티 포지션을 뽑으려고 했다”고 언급했다. 이어 “허경민(두산 베어스)이 멀티 포지션을 소화할 수 있는 선수 중 최고였지만 허리가 좋지 않고 날씨가 더워 체력적으로 힘들다는 의견이 나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김하성이 유격수를 보면서 3루도 보는데 이때 유격수 포지션을 소화할 수 있는 선수가 오지환이라고 판단했다”고 덧붙였다.

선 감독은 “오지환이 (선발 당시)유격수 중 두 번째로 성적이 좋았다”고 강조하면서도 “제가 실수한 것은 (오지환에 대한)국민의 여론을 생각하지 않은 것”이라고 말했다. ‘선 감독이 당초 오지환을 뽑지 않으려고 했다’는 일부 언론의 보도에 대해서는 “사실이 아니다”라고 부인했다. 또 “선수 선발 과정에서 코칭스태프와의 소통에 전혀 문제가 없었다”면서 “선수 선발은 잘 했다고 생각한다”고 강변했다.

한편 오는 10일 국정감사 증인으로 나설 선 감독은 “행정가가 아닌 국가대표 감독이 국정감사에 서는 건 이번이 처음이자 마지막이 되길 바란다”며 에둘러 불만을 드러냈다.

이현우 기자 bas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