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차원(3D) 프린터로 찍어낸 ‘인공 가슴뼈’(흉곽)를 사람에게 이식하는 수술이 국내에서 처음으로 이뤄졌다.
뼈까지 퍼진 암이 급격히 커져 기대수명이 6개월밖에 남지 않았던 50대 암 환자는 극적으로 생명을 구했다.
박병준 중앙대병원 흉부외과 교수팀은 지난달 19일 심장근육에 생긴 암(육종)이 가슴뼈로 전이된 55세 남성의 흉골과 10개의 늑골을 광범위하게 잘라낸 뒤 3D 프린터로 만든 티타늄 소재 흉곽을 이식해 재건하는 데 성공했다고 4일 밝혔다.
3D프린팅 흉곽 이식수술은 세계적으로도 드물어 스페인 이탈리아 미국 영국 중국 등 5개국만 성공했다. 병원 측은 “환자는 수술 후 빠른 회복세를 보이며 조만간 퇴원할 예정”이라며 “이식된 인공 흉곽은 반영구적”이라고 말했다.
의료진에 따르면 이 환자는 광범위한 흉곽 절제 및 이식 수술이 필요했으나 기존의 골 시멘트 등을 이용한 재건 수술로는 가슴에 정확히 맞는 흉곽을 만들기 어려웠다. 또 골 시멘트는 소재 자체가 무거운 데다 수술 후 흉부의 불편감과 호흡곤란, 세균감염 위험도 걸림돌이었다.
이에 의료진은 3D프린팅 기술을 활용한 흉곽 재건술을 시도하기로 했다. 우선 절제·재건 범위를 컴퓨터단층촬영(CT)으로 정한 뒤 한국생산기술연구원과 함께 가슴뼈를 디자인하고 3D프린터로 맞춤형 인공 흉곽을 만들었다.
소재는 인체에 무해한 금속 티타늄 성분이 쓰였다. 인체 골 구조보다 단단하면서도 무게(190g)는 가볍다. 또 가슴을 압박해도 부러지지 않는 탄성력을 갖고 있다.
이번 3D프린팅 흉곽 이식은 해외에서 시도된 방법보다 수술 범위가 넓고 난도가 높은 기술로 평가받고 있다.
박 교수는 “티타늄 소재 3D프린팅 흉곽은 기존 인공 소재보다 가벼우면서 환자 가슴에 꼭 맞게 제작돼 수술 후 감염과 합병증 등을 최소화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병원은 2016년 3D프린팅 기술로 두개골 이식을 시작으로 인공턱, 광대뼈 재건 수술에도 성공했다. 3D프린팅은 의료 분야뿐 아니라 산업계 전반으로 활용도를 점차 넓혀가고 있다.
민태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