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순회의장국인 볼리비아의 사차 로렌티 유엔대사가 대북 제재에 대한 예외조치 검토 가능성을 시사했다고 일본 NHK방송이 4일 보도했다.
완전한 비핵화를 달성할 때까지 대북 제재는 유지돼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는 유엔 안보리가 대북 제재 완화를 논의할 경우 강력 반발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부 장관이 7일 평양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면담하는 결과에 따라 미국 정부의 대북제재 입장에 변화가 있을 수 있다는 상반된 전망도 나온다.
로렌티 대사는 3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유엔본부 기자회견에서 대북 제재와 관련해 “안보리는 (북한) 주민 생활에 악영향을 줘서는 안 된다는 분명한 공통인식을 갖고 있다”면서 “안보리 제재위원회는 지난 회의에서 대북 제재 예외조치를 논의했다”고 말했다. NHK는 로렌티 대사의 발언에 대해 “유엔 안보리가 앞으로 대북 제재 예외조치를 검토할 가능성이 있음을 시사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특히 대북 제재 고수를 주장하는 미국과 완화를 촉구하는 중국·러시아가 갈등을 빚는 상황에서 유엔 안보리가 예외조치 검토를 추진할 경우 커다란 파장이 예상된다. 제73차 유엔총회 기간인 지난달 27일 열린 안보리 장관급 회의에서도 미국과 중·러가 대북 제재 문제로 격돌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3일 국무부 기자회견에서도 “러시아와 중국은 대북 제재 완화를 위한 적절한 시점에 대해 검토하겠지만 그들도 과거에 유엔 재재와 (대북) 결의안을 지지했었다”고 에둘러 비판했다.
그러나 트럼프 행정부가 폼페이오 장관의 4차 방북이 성과를 거둘 경우 대북 제재 완화로 선회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남북 협력사업도 미국의 제재 완화 움직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런 가운데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우리는 결코 미국에 제재를 해제해 달라고 구걸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노동신문은 ‘스스로 제 앞길에 장애를 조성하는 자가당착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제목의 논평에서 “역사적인 9월 평양공동선언 환영 일색으로 온 세계가 끓고 있는 마당에 대화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는 ‘제재 유지’ 발언이 공공연히 울려나오고 있다”며 “제재 문제로 말하면 조·미(북·미) 협상의 진전과 조선반도 비핵화를 바라는 미국이 알아서 스스로 처리해야 할 일”이라고 밝혔다.
노동신문은 또 “미국이 제재로 얻을 것은 하나도 없으며 불리해질 것은 다름 아닌 그들 자신”이라며 “지금은 조·미 관계 개선의 불씨를 살려나가는 단계이며, 신뢰 구축을 위한 각자의 노력이 절실한 때”라고 강조했다. 이어 “제재가 미국에 대한 우리의 불신을 증폭시키는 근본 요인”이라고 거듭 강조하며 “미국은 스스로 제 앞길에 장애를 조성하는 자가당착에서 벗어나 변화된 현실에 부응하는 올바른 선택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워싱턴=하윤해 특파원, 이상헌 기자 justice@kmib.co.kr